보살

 

슬픔이라고 아프기만 하지는 않고

기뻐서 웃음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까

슬픈 이더러 안됐다 그럴 것 없고

웃는 이더러 “뭐 좋은 일이라도?”하며 아는 척할 것 없다.


그래도 슬픔은 슬픔이고

기쁨은 기쁨이니까

슬픔은 슬픔대로 견디고

기쁨은 기쁨대로 즐길 것이지만

그게 늘 따로 오는 것도 아니어서

그 황당한 얼버무림이 곤란스러운데


울지도 웃지도 못 한다 그럴게 아니고

남몰래 흘리는 눈물과 더불어

입가에 웃음 한 자락 걸칠 수 있다는 거지.


호곡으로 풀리지 않는 가슴앓이도 있고

통쾌하게 웃고 났어도

웃음을 억제하는 제도는 난공불락으로 남아있더라.


맺힘은 풀리지 않고

막힘은 뚫리지 않고

닫힘은 열리지 않지만

어쩌겠나

그래도 울고

그래도 웃을 수밖에.


울지만 조금만 울고

웃지만 조금만 웃으면서

울음을 거두어주고

웃음은 나누어주면서

내 슬픔 잊고

네 기쁨 늘어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