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위에서 매화를 즐겨보며
老年花似霧中看(노년화사무중간)
늘그막에 뵈는 꽃은 안개 속에 있는 듯.
두보의 ‘小寒食舟中作(소한식주중작)’에 나오는 구절이
우리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오게 된 것은
단원이 그의 그림 ‘舟上觀梅(주상관매)’의 화제로 택했기 때문이리라.
늙어 안력이 떨어져 그럴까?
아니면 이미 알딸딸하여 게슴츠레한 눈으로 보니까?
아니 뭐 거기에 꽃이 있다는 얘기도 아니다.
봄이라 치고, 매화가 피었다 치고,
그게 뭐 공중에 떠있겠냐?
“그때 그 좋던 시절 매화 피던 날 말이지...”로 거슬러 올라가자니까
아련할 수밖에.
아니면...
돌아보는 게 아니고 내어다보는,
갈 데,
거기가 아니고 저기,
흘러가든지 건너가든지
저기,
아직은 분명한 형체로 나타나지 않고
으스름하다는 거지.
내가 그리로 간다기보다
그게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게 아닌가.
피할 수도 없고
당길 수도 없고
이리로 올 때까지 놀면 된다.
몸 굴리기 싫으면 꿈꾸면 되고.
그때까지 봄날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