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끝났다고 아주 사라지는 건 아니고
이야기 하나 남긴다.
이야기는 어디서 갑자기 뚝 떨어지는 게 아니고
아픔을 먹고 자라며 익은 것이다.
이야기 하나 남는데
들어간 게 너무 많다.
무용담이나 승전보가 아니니까
두고두고 말하고픈 것도 아닌데
왜 이야기는 전하여질까?
이야기는
정교한 기억 계산 조종 장치에 끼어든
최초 그리고 단 한 번의 오작동이 아니고
구멍 난 머플러처럼
소리는 요란하지만
가는 데는 지장 없는
그래서 한참 가는
그렇지만 갈긴 갈아야 하는
갈고 나면 잊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디로 간 건 아닌지
맘먹으면 출몰하여
소환장을 제시하더라.
그냥 놔두지 않고.
(세계는 그렇게 있었던 일들로 이루어졌더라.
The world is everything that is the ca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