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Sunday (14)

 

 

“오늘 중부지방의 날씨는...”은

해발 200m 전후, 그러니까 남산 밑에 사는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말.

“구름이 많이 끼겠으며 곳에 따라 가끔 비가 오겠습니다.”라는 예보를

구름 위에서 들을 때도 있지?

비행기는 보통 30,000ft 정도 고도를 유지하니까

이착륙 때가 아니라면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거지.

낮인데도 먹장구름에 가려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는 없거든.


높은 산 등산하다보면

“운무 더불고... 살으리랏다” 라는 감개도 있겠는데

전문등산가 아니라도 미 서북부에 사는 사람이

노상 공중에 떠 있는 것 같은 레이니어 산 정상 가까이에

운좋게 접근했다면 말이지

무슨 우화등선(羽化登仙)이라도 한 줄 알고 우쭐대잖니.

거긴 흑암이 없더라.

 

 

 


“그곳은 빛과 사랑이 언제나 넘치옵니다.”

한숨 쉬며 기다릴 것 없고

구름 위로 올라오라고.

“내 영혼에 햇빛 비치니 주 영광 찬란해.”


어른 걱정하시니

오늘 햇빛이 없는 예배당에 가긴 가리라.

오가는 동안이 더 좋으니까

불평할 건 없다.


발 젖는 거야 어쩌겠는가

다 가리지는 못했지만

결국 드러나고 말 것들이지만

맨살 덮어준 눈이불이 고마워

“그래, 고마워, Thank you." 하며

걷는다.

미끄럽네.

그야 아름다운 길 갈 때는

좀 위태로운 걸음으로 조심조심.


눈이 오자면 한참 찌푸리거든.

한 이틀 하늘빛이 정말 아니었어.

그렇게 찡그리며

변비로 개운치 않은 얼굴빛이더니만

저렇게 순백을 자배기로 쏟아내고는

아하 시원하다

활짝 웃고 있네.

남덕을 보고 온 이중섭처럼.


다시 그리워지겠지만

그야 때 되면 다시 밥 먹어야 하듯 그런 거니까

그거야 그때 되어 무슨 변통이 될 것이고

지금은 서귀포 하늘과 물빛만 보자고.

 

 


 

      너무 예뻐.

      오늘

      참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