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에 3

 

아 알지, 나도 거기 살았었잖아?

뭘?

지금쯤 흰 꽃들 천지라는 걸.

 

멀리서 보면 그냥 흰 구름인 것을

이름 좀 안다고

귀룽, 층층, 국수, 백당, 덜꿩, 야광, 고광, 쥐똥, 산가막살, 물참대, 쪽동백아~ 그러고 부르면

호명 당한 애가 거기 있다고 대답하겠어?

“아는 여자가 그렇게 많아?” 삐죽거릴 것이다.

옆에서“갸가 갸라 갸 아니고?” 그럴 것도 없네.

안다고 해봤자 그 分別智 잴 것도 아니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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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귀룽나무라고 불러줄 만한 게 있긴 한데, 그게 그 귀룽나무인지는...

 

 

그래, 천지삐깔 하얀 꽃 난리통 지나며 “뭘까?” 하지 말고 그냥 “어머나~” 그러렴.

뭐 비슷하다 해서, 그니까 고봉밥 같다고 이팝나무니 하더라만

응 난 저런 꽃들 보면 어머니 생각나더라, 솜틀집에서 갓 빼낸 이불 솜 머리에 이고 가시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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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national wildflower week라나

워낙 큰 땅이라 아직 쌀쌀한 데도 이미 너무 더운 데도 있는 터에

지역마다 다른 꽃들이 제 때 맞춰 피니까 ‘national’로 함께 묶기에는 좀 그렇지.

그래 이제 연둣빛 물 분무기로 뿜어대던 때도 지나가고 풀꽃들도 시들기 시작하는데

오는 몇 달 동안 불볕에 힘겨워하며 초록빛 벌판이 카키색 얼룩과 함께 위장복처럼 될 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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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ron Nelson Championship이 열리는 Four Seasons Resort에 사는 지인이

제 집 뒤뜰에서 밥도 먹고 구경도 하자고 초청했는데

난 골프는 별로라서 “Thank you, but no thank you”로 사절, 음 서먹해지지 말기를.

한여름에도 골프 치는 사람들 어떻게 그 열기를 견디는지

이주노동자들에게 임금 주고 시킨 후에 구경이나 하면 될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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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ting season 지나고 갑자기 개체수가 불어난 토끼들 아침 산책길에 스무 마리 정도 볼 수 있는데

한여름에는 더위 피해선지 잘 나타나지 않는다.

 

 

이렇게 뜨거운 땅에서는 잔디밭 일부 들어내고 푸성귀 모종 몇 개 심는 것조차 어렵겠다 싶지만

부지런한 사람들은 그늘에 화분 몇 개 놓고도 별 것 다 심어 재미 본다.

나물도 집에서 기른 것은 남새, 산에서 뜯어야 푸새라 할 것이다.

 

趙存性인가 “아해야~”로 시작해서 ‘呼兒曲’이라 하는 시조에

“이 몸이 이 푸새 아니면 朝夕 어이 지내리”라 했는데

고사리만 캐어 먹고 살 수는 없는 거지.

成三問은 곧 까무러쳐도 똥폼-죄송합니다!-, “주려 죽을진들 採薇도 하는 것가” 그랬는데

못 말리는 중국 고인들 사모의 정이랄까 伯夷叔齊 역성들어

“헌마 고사리를 머그려 캐야시랴 物性이 구븐 줄 믜워 펴보려고 캐미라”고 한 이도 있더라고.

응, 굽은 모양이 어때서?

胎兒가 腹中에서 웅크리고 있는? 圓融會通의 상징이랄까, 그 모습 오묘하던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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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리 보러 가는 건 아니지만 유월 초에 Seattle에 가는 걸로 예약해뒀는데

음, Mount Rainier는 좀 이른데다가 5% 예산삭감이라고 visitor center 닫는 데도 있고 해서

산길 걷는 재미 빼앗길지도 몰라.

“천왕봉 일출을 보려거든 삼대적선 착실히...” 뭐 그런 말도 있는데

머무는 동안 줄창 비 내린다든가 하는 일은 없어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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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날-미국에서는 오월 둘째 일요일-이라고 무심한 아들들이 전화 한 번 넣었다고 입 짝 벌린 아내.

그래 오월에는 그런 날도 있구나.

우린 뭐 fast food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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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실로 여기고 잼을 만들어봤는데 별로더라는...

만만하면 Mexican-을 붙여 Mexican plum, 개자두쯤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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路柳墻花라잖아, 집안에 심을 나무는 아닌데 산책길 모퉁이 집 담 밖으로 늘어진 버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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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여기서도 백당나무를 만나네. 정작 보고 싶은 건 산목련-함박꽃.

모란 봉오리 터지는 밤에 소쩍새 울면 “아무래도 산에 좀 다녀와야겠어” 하게 되는데

그렇게 올라가면 반기는 냄새 말야, heaven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