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쁨 2

 

네가 정말 기쁘자면

형편이야 어떻든지 삶의 기쁨을 누리자면

님은 있어야 돼.

다른 것 다 있다 해도

님이 없으면서야

기쁠 수 없는 거야.

 

 


 


임은 사모하는 사람을 가리키기도 하고

머리에 이는 것, 혹은 머리에 일 정도의 짐을 가리키는데,

그래서 생각해본 건데,

네가 임을 두었다면 말이지

이고 다니라는 얘기야.

꽃바구니이든지

품꾼들 참으로 내가는 광주리이든지

피난길의 봇짐이든지

머리에 인 건

예쁜 것

귀한 것

없이 살 수 없는 것

그걸 이듯 모시라는 거지.


너는 그 아래 섬으로

겸손히 그를 모시고

그는 네 머리를 빛냄으로

너를 높여준다고.


촛불

등경에 걸린 등잔불

그게 임(主)의 형상이라고.

 

('주님'은 '주'를 '임'이라는 뜻.)

                                                                        

                                       

                                                                  

 

 


옛적엔 임금을 가리키는 말이기도 했고,

알다시피 지금은 호칭, 이름, 다른 명사 뒤에 붙여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데


임보다는 님이 폼나더라

그러니 임의 뜻으로 님을 슬쩍 하자고.

 

 

          


 

님이 무엇이냐고?


만해 선사가 그러셨지?

“님만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라고.

그러니 한용운의 ‘님’이 무엇이냐

그런 걸 시험문제로 내지 말았으면 좋겠어.

“통일조선입니다” 그러는 사람도 있더라고, 아휴.


가치의 진열대에서

골라가기를 기다리며 놓인 고만고만한 것들 중에서

네 눈에 들어 뭘 하나 들게 된다면 말이지

네 선택을 별로 후회하지 않는다면 말이지

별나서 골랐다기보다는 찍었기에 별나게 된 게

가면 갈수록 곱게 보인다면 말이지

그것 말고 다른 것들이 시시해 보인다면 말이지

그걸 잃기는 죽기보다 싫다면 말이지

그럼 너 님을 지닌 거구나.


 

속박의 행복

 

 

 


묶임을 즐긴다면

피학성 음란증--어휴, 무슨 죄목이 그리 엄청나--이라고 그러나?

그럼 아래와 같이 말한 분은?


     남들은 자유를 사랑한다지마는

     나는 복종을 좋아하여요.

     자유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당신에게는 복종만 하고 싶어요.


      (한용운, ‘복종’ 중에서)


나도 매이고 싶더라.

사랑이란 서로 매고 묶이는 것 아닌가?


‘은혜의 사슬’이라는 말도 있던데...


     주의 은혜 사슬 되사 나를 주께 매소서

 

 


 

느슨해졌다고 다 풀린 건 아니고

 

묶여서 좋을 것이라면

풀어지면 서운하겠네?

풀어졌다고 아주 끝나는 건 아니지만

감정의 질량은 그대로인데

정(情)이 한(恨)이 되니까

그 한이라는 게

마음에 대 뿌리가 내리듯 하는 거니까

아프긴 아프지.


아프지만

아파본 적이 없던 사람보다는

기쁘다가 아프게 된 사람이

아픈 채로 기쁘다고 그러더라.


슬픔인지 기쁨인지 헷갈린 채

아픔도 즐겼던 것 같고

돌아보니 다 좋은 세월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