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지난 여름 마른번개 치던 날
위태롭게 날아가던 배추흰나비는 어떻게 되었을까?
듣지 못한다고 아무렴 하늘 움직임의 떨림을 못 느낄까
보지 못한다고 그 백열의 섬광을 모를 수 있을까?
그냥 그렇게 가던 길 가던 걸.

 

 

 

 

호랑나비, 제비꼬리나비들이 겨울나러 멕시코로 가던 길에
텍사스쯤 이르러 더 못 가겠다고 주저앉는 수가 있다.
그렇게 남은 놈들 중에 대부분은 죽고 말지만
난동에는 제법 많이 살아남기도 한다.

 

지난 이틀 동안 몹시 추웠다.
그럴 데가 아닌데.
그럼 나비들은 어떻게 됐을까?
필경은...

 

 

       

 

     

 

 

 

얼음비 오면 나다니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저께 달라스 공항에는 800여 항공편이 결항했다.
나는 어저께 KAL 조종사들의 파업으로 직접 오지 못했고
뉴욕으로 갔다가 JFK에서 6시간 반을 기다리고는 하나 얻어 타고 내려왔다.
오늘은 뉴욕 쪽이 폭설로 뜨지 못하는 비행기가 많았다.
어렵게 돌아오니 힘겹게 마지막을 향하여 나아가던 환자는
나를 알아보고 안심한 표정이다.

 

 

 

 

아, 얼음비 오면 예쁘지.
무서리 내려앉고 상고대가 꽃처럼 피면
그 시린 아름다움을 오래 붙잡고 싶다.
"멈추어라 빨리 녹지말고."

 

 

 

 

그런데, 언 둥지를 피한 새들은 어디 가 있을까?
저 얼음집 속에 생명은 남아있을까?

 

 

              

 

 

아름다움이 죽이는 것은 아닐 것이다.
죽어감도 곱게 보일 수 있다는 얘기.
꽃, 열매, 단풍 같은 것들은 생명이 다해감을 느끼면서
막 아름다움을 토해내기에 생긴 것들.

 

어쩌랴
그렇게 돌아가는 것을.  

 

피해갔던 봄이 달팽이걸음으로 돌아오면
살아남은 달팽이는 돌아다니며 모종을 갉아먹을 것이다.

 

 

 

 

그때 되면 아주 사라진 줄 알았던 나비들이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것일까
눈처럼 꽃처럼 어지러이 날면서
호접무(胡蝶舞)를 출 것이다.


"그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로 갔나?"
"아 여기 있다는데 그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