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 루치아
전쟁과 피난 시절을 거친 세대는
배고픈 줄 알았고, 또 할 줄 아는 게 있었는데
그때는 줄 잘 섰다고.
(새치기하다가 걸리면 맞아 죽었으니까.)
공중변소나 공동수도에서 제 차례 기다리기
그리고... 배급 줄(bread line)이 있었지.
구제품, 탈지유, 쌀(안남미, 알랑미라고 발음했음).
초등학교 4학년 때 '산타루치아'를 배웠는데...
(왜 그런 노래를?)
"창공에 빛난 별... 싼타루치아 싼타루치아~" 라는 가사는 어디 갔는지
"창고에 쌓인 쌀 배급도 안 주고...
네 배만 고프냐 내 배도 고프다
쌀 타러 가자 쌀 타러 가자"로 번안했더랬지.
스웨덴에서는 산타 루치아의 날을 굉장치도 않게 경축한다.
시실리의 성녀가 왜 그리로 갔을까.
일년 중 가장 어둡고 밤이 가장 긴 날에
빛의 여왕으로 온다.
그러면 머물러 있을 것이지
왜 가냐고?
어둠이 물러난 것이 아닌데
겨울이 가자면 멀었는데...
그게 그런 얘기로 풀 수 있을까?
설날은 하루뿐이지만
그 하루로 새해가 시작되잖아.
그리고, 그렇지
매일 크리스마스면 그게 뭐 그리 기다려지겠니,
단 하루니까
364일을 하냥 기둘리게 되는 것.
그런데 말이지,
빛을 이고 오면
저는 어두울 거라.
등잔 밑이 어둡다니까.
그러니 좀 떨어진 데가 더 밝겠네.
아주 멀리는 물론 아니지만
턱 밑에 있을 것도 아니네...
이건 딴 얘긴데...
성배 같은 건 본래 없었다.
그걸 꼭 찾아야 했던 게 아니고
(맘으로야 그러고 떠난 거지만)
알지도 못하고 헤맸던 땅이
다 꽃밭이었고
마지막에야 별이 나타난 게 아니고
걸음마다 비추었다니까.
맛 간 아저씨
복된 삶이었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