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 한 가지 보냅니다
설중매(雪中梅)라지만
그게 조춘만화(早春萬花) 무렵에 때아닌 눈이 옴으로 생긴 말이지
--"춘설(春雪)이 난분분(亂紛紛)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해가면서--
동짓달에 웬 매화타령?
매화도 한 철 국화도 한 철이라는데
같이 폈다고 뭐라 하지 말게
요즘에 제 때를 아는 게 뭐 있어야지.
그저 좀 따뜻한 곳에 사니까
뭐 보낼 건 없고
강남일지춘(江南一枝春)으로 받아주게.
마음으로 냄새나 맡기 바라네.
무슨 좋은 운수라고
고목봉춘(枯木逢春)이라며 웃을 일은 아니고
그저 괴벽한 노인 같은 등걸이지만
소녀의 마음을 아주 잠깐이라도 붙잡아 두었다는 거지.
나무야 뭐 그렇지.
분재로 가꾸기도 하지만,
일부러 치고 자르고 휠 거야 있나
생긴 대로 내버려두게.
그래도 그 칙칙한 등걸과 줄기와 가지 없이는
꽃도 그저 그렇고 그럴 것이라는...
(이건 늙은이 생각.)
쇠인 양 억센 등걸 암향부동(暗香浮動) 어인 꽃고
눈바람 분분한데 봄소식을 외오 가져
어즈버 지사고심(志士苦心)을 비겨볼까 하노라
《정인보, '매화사(梅花詞)' 중 일첩(一疊)》
꽃은
멀리서 바라는 것이러니
허나
섭섭함이 다하기 전에
너 설매(雪梅) 한 다발
늙은 가지에 피어도 좋으리.
《구자운, '매(梅)' 중에서》
그때 할 말 없는데
그러시더라.
"기다리고 있습니다."
뭐라 했더라...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뭘?
때 되면 꽃핀다는 뜻이었을까...
알기나 할까
맺힌 맘 풀어
"암향부동월황혼(暗香浮動月黃昏)"으로 다가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