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오는 날

 

 

 

같이 해본 것도 없고
같이 가본 데도 없는데
눈오는 날 생각나는 사람 있어
나가면 어디선가 만날 것 같은 생각들 때에
그냥 집에 있어요.
그런 게 좋겠어요.
덧문까지 닫고
보지말고 느껴봐요.

 

 

                                       ('동안거', 박상건)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말못할 마음으로 함박눈이 나려"
그런 노래 있었지만,
눈 오는 날 가겠다는 사람 있으면 말려요.
가더라도 눈이 멎은 다음에 떠나라고.
그때 가서도
한겨울에는 먼길 가는 게 아니라고 또 말려봐요.
붙잡아주기를 바라는 사람에게
두 번 다시 묻지 않고
정 그러신다면... 하며 등 떠밀지 말아요.
잘 대해줄 자신 없더라도
그렇다고 쫓지는 말아요.
냉대가 서글퍼 떠나자고 했지만
아주 가고 싶지는 않거든요.
귀찮게 굴지 않을 테니
꼴 보기 싫다며 눈흘기지 말아요.
봄 될 때까지
가까이 두어요.

 

('동안거', 불교춘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