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해짐의 복

 

'회광반조(廻光返照)' 라는 말도 있잖아요?
(불법을 제가 말할 건 아니고...)
뭘 모르면서 문자 쓰고 싶은 사람들은 (무협소설 영향인가)
꺼지기 전에 반짝, 그러니까 죽어가던 사람이 갑자기 생기를 회복하는 경우를 두고
그런 말을 사용하더라고요.
하긴 서산 너머로 해 지기 전에
온 하늘에 붉음을 토해내니까요.

 

 

                   

 

 

임종을 기다리며 의식불명 상태로 일시 돌입했던 환자가 깨어났어요.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했겠어요?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고만 있을 수도 없는 것이
그냥 그렇게 훌훌 털고 일어날 것 같지는 않거든요.
이미 많이 피곤한 이들에게 혼란만 가중된 것 같고. 

 

살아난 게 신기해서 농담까지 하더라고요.
제가 그랬어요.
옛 삶을 돌려 받은 게 아니고
새 삶을 얻은 거라고.
그러니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가서 만날 분 얼굴 익혀두라고.
내가 너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라 라는 말 들으면 어떡하겠냐고.

 

가물가물할 때에 비틀 듯 하여
억지 고백을 받아낼 게 아니고
그리움을 심어주고 싶었는데
뭘 모르기에 두려워하지 않는 게 아니라
알면서 두려움 없이 나아가기를 바라는데
될까
기쁜 낯으로 맞아주실까?

 

 

           

 

 

그가 약해졌기에
그나마 귀가 열린 셈이지요.

(더 약해졌으면...)

 

Thy grace is sufficient for me,
for Thy power is made perfect in weakne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