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4
눈썹에 내려앉은 눈송이 하나가
무게로 짓누른 건 아니지만
몇 번 깜빡이다보니까
눈물인지 눈 물인지가 되어
주룩 흐를 것 같아
얼른 훔치고는
다시 하늘 향해
고개 쳐드니까
추억 꽃인지
무명(無明) 먼지인지
난분분(亂紛紛)한다
터럭 타래 수북한 것 보고
다 털어 버린 줄 알았나
속살에 붙은 솜털들
밀어내지 않았잖아
인연이란 이미 얽힘이니까
버릴 수 없는 거고
거기 둔 건 껍질이고
알맹이는 따라오니까
멈추고 끊고 끄고 그치고
말고 않고 할 것 없고
제 마음대로 내버려두지
나이 그만해서
맑은 눈에 그리움 가득 담았으면
됐네
남음 없게 하소서
빌 것 없고
마음 공부 따로 할 것 없으니
두레박으로 물길을 때
달을 퍼담을 수 없음이나 알면 됐다니까
가슴에 지천으로 피는 꽃
한겨울에 다 살릴 수 있겠냐만
(그건 다른 때라도 마찬가지)
뒷모습 보였다고
아주 간 건 아니니까
일기일회(一期一會)는
아직 유효하다는 뜻
나무라도 지키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