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에 부르는 노래
오늘만 해도 몇 번이나 들리던지
시즌이라 그렇겠는데
그 '호두까기인형' 말야
아직 다 깨지 않았나
생각할 것 없는 머리
쓸모 없는 그거
무슨 궁리하듯
이정표 앞에 멈춰 섰지만
딱 어디로 가겠다는 것도 아니어서
그냥 볕 쬐고 있는 거라고
(그럼 메들리로...)
석양에 홀로 셔 이셔 갈 곳 몰라 하노라
붉은 네온 늘어섰으니
묵을 데 없어서는 아니지만
한번 폼잡아보는 거야
黃泉無一店 황천길엔 주막 하나 없다는데
今夜宿誰家 오늘밤은 뉘 집에서 자겠는고
밤길 가겠거든 가고
이즈러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달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 짐승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내일이 있으니까
내일 또 길을 갈 거고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오늘도... 내일도...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그건 왜 빼먹었어, 가장 괜찮은 데를?
아가씨가 지나고 바람이 일고
멀더라 그 길
끝까지 갈까
자꾸 가기만 하면?
에헤야 가다 못 가면
에헤야 쉬었다 가세
거기 물방앗간에서 성서방네 처녀와...
제행무상(諸行無常), 그런 말 몰라서가 아니고
머물고 싶을 때가 있잖아
내 마음은 낙엽이요
잠깐 그대의 뜰에 머무르게 하오
이제 바람이 일면 나는 또 나그네같이, 외로이
그대를 떠나오리다
잡아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할 것 없고
마른 잎은 그렇게 굴러가기도 날아가기도 하고
남고 싶어 눈물 많이 뿌리면
젖고 썩어 검은흙으로 남을 것인데
떠날 거라면 뭐 허락 받고 자시고 할 것도 없어
내가 바람을 일으키는 것도 아닌데
손 뻗어 잡지 않은 사람은
내가 헤어지고 싶어 떠났다고 그러겠지
그런데 뭐 좀 얻어먹어야 되는 거 아냐
밥은 바빠서 못 먹고
떡은 떫어서 못 먹소
죽은 죽어도 못 먹소
술은 수리수리 잘 넘어간다
어허이 품바가 잘도 헌다
품바 허고 잘도 헌다
얼씨구씨구 들어간다
절씨구씨구 들어간다
어쩌다가 각설이(覺說理?) 타령까지 나오게 되었는고
그게 "나무는 가만히 있고자 하나 바람이 그치지 아니하고(樹欲靜而風不止)"라는 말도 있지만
세상이 그런 걸 뭐, 내버려둬야 말이지
굽기는 했지만 굽었다 뭐랄 게 아니고
눈 마져 휘여진 대를 뉘라셔 굽다턴고
구블 절(節)이면 눈 속에 프를소냐
아마도 세한고절(歲寒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우린 뭐 민생고에 눌려 휘긴 했지만
푸른 마음 잃진 않았거든
그러면서 견디었거든
우리야 속이고 도둑질하진 않았거든
황뻥 노구라
가만, 노라 했는가?
... ... 참자 또 참자
겨울이 오면 봄도 머지 않음을 알고
To: Nutcracker
힘들더라도 다 깨라
껍데기는 가게
개혁과 보수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게
(작가 동맹과의 협약에 따라 노래방에서 혼자 부를 때는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고 그랬지만,
아래 가사는 Alfred Tennyson 원작, 찬송가 297장임을 알린다.)
종소리 크게 울려라 저 묵은해가 가는데
옛것을 울려 보내고(ring out) 새것을 맞아들이자(ring in)
시기와 분쟁 옛 생각 모두 다 울려 보내고
순결한 삶과 새 맘을 다 함께 맞아들이자
그 흉한 질병 고통과 또 한이 없는 탐욕과
전쟁을 울려 보내고 평화를 맞아들이자
기쁨과 넓은 사랑과 참 자유 길이 누리게
이 땅의 어둠 보내고 주 예수 맞아들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