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하지 말라니까 - 서(序)

 

내가 쓰던 말을 남으로부터 들으니 눈물이 쏙 빠진다.
알아, 모든 것을 단번에 털어 넣고는 보통 빈털터리로 일어서게 된다는 것쯤.
전부(all)와 전무(全無, nothing)를 '이거냐/ 저거냐' 식으로 맞바꿀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런 말은 전에 내가 했다고, 귀밑에 서리 내린 친구들에게.


 

가난한 이들의 특징은 가진 것--비록 적더라도--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것이다. 
카지노에 가서 별 재미보지 못한 사람은
남은 것을 붙잡고 있기가 치사해서 빨리 손 털고 싶을 것이다. 
그래서 다 잃고 나면, "그것이라도 건질 걸..." 하게 되지 않던가? 
자네들 그러더라, “구구팔팔!”이라고. 
그럼,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풀풀한 걸.  아직도 한 판 단단하게 붙을 만 한데. 
그렇지만, 이건 기억하자. 
왕년에 우리는 무모한 호기심의 발로로 아슬아슬해진 적이 얼마나 많았던가. 
남은 시간에는 작은 실수가 치명적이 될 것이다. 
전후반 90분이 지난 후에 조금 더 준 인져리 타임에
어처구니없는 한 골 먹고 나면 만회할 수 없잖아? 
해서 얘긴데, 올인하지 마.


    말도 안 되는 확률에 다 없애버리지 말자


    히든 카드는 기다릴 것 없고
    이미 되어 있지 않으면 지금 꺾자


    운이란?
    비용이다
    기대할수록
    더 치러야 하는 것
    운이 차지하는 몫을 최소화하는 것이
    구조 조정
    경영 합리화


    올인?  하지마
    당신은 잃을 게 없는 사람이 아니잖아
 


 

또 이런 말도 했더랬지, 바로 이 방에서.


    분산투자?
    주머니 하나 찬 사람들이 어디다 나눠 걸 수 있겠냐.


    가난뱅이의 특기라면?
    부스러기를 꼬불치는 게 치사해서
    빨리 털어 버리는 것.


    [얘는?  그러면 쓰나...
    오병이어(五餠二漁)로 수천 명을 먹이신 후에도
    '남은 것'을 모으라고 그러시던데.]


    사랑말고는 할 게 없는 사람하고는
    질려서 놀 수가 없다고 하는 사람이
    사랑을 따더라.
    그것만이라도 잘하는 줄 알았던 사람은
    다 잃고 말더라.


 

그래, 전에 그런 말 했어.
말은 그렇게 했는데,
한 해 지나고 나서 보니까, 다 잃은 것 같아.


"사랑했다가 잃은 것이 전혀 사랑하지 않은 것보다 낫다"라는 말 있는 줄 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