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인하지 말라니까 (2)
1
"어머 저 거북이 좀 봐" 하며 수류탄을 들어올리던 아이는 그 자리에서 비산(飛散)했다.
부비트랩에 걸려든 것.
아이들 걸음으로 가기엔 좀 먼 거리지만, 다음해 또 그리로 원족(遠足) 갔다.
리꾸사꾸를 다 채울 수 없는 사이다 한 병, 능금 한 알,
그리고 돈 일백 환을 주셨다. "주전부리해라."
(꿀꿀이죽 한 사발에 이십 환 할 때니 "애개~"는 아니었지.)
'엥, 백 환이나, 그렇게 큰돈을... 어머니 이러시면 안 되는데...' (속으로만)
못이기는 척하며 받긴 받았는데
'이걸로 뭘 하지...' 줄곧 그 생각.
그런 데에는 야바위꾼들이 따라온다.
오 곱 장수, 심지 뽑기, 외통 장기, 물방개 들어가는 쪽에 걸면...
(그게 뭐 시설이 빈약해서 그렇지, 룰렛, 주사위 던지기 같은 카지노였다.)
그런 것들 중에 '갑을병정'이 있었다. "갑!" 하면서 찍어 '갑'을 맞추면 건 돈의 두 배를 준다고.
'두 배라... 그러면 백 환을 쓰고도 백 환을 돌려드릴 수 있구나.
('기대값'은 오십 환이지만,
지성이면 감천이라는데 하늘의 도우심으로 나는 딸 거니까.)
아니지, 또 한 번 해서 이백 환을 벌면 사백 환이 되는구나. 그럼 그걸로...'
스르르 과녁은 돌아가고 나는 단전에 힘을 주고 심호흡한 후에 "정!"
돌아가던 것이 멈추고 부르르 떠는 표창이 박힌 데를 확인하니 '병'이었다.
병? 이런 병X... 눈앞이 캄캄했다. 정, 정신차려야 하는데...
단 한 번에 전 재산을 잃었다.
돌아가는 길. 다리에 힘이 없어 몇 번이고 넘어질 뻔했다.
"나 집에 돌아갑니다 어머니 기도 못 잊어 새사람 되어 살려고 나 집에 돌아갑니다..."
2
복권공사에서는 그렇게 선전한다.
"You'll never win till you try."
그야 그렇지, 복권을 사지 않았는데 당첨된다? 아 그거야 말이 안 되지.
그럼 복권을 사면 꼭 당첨된다? 그것도 말이 안 된다니까.
복불복? 그런 게 아니라니까.
많은 사람들은 경우 수와 확률을 혼동한다.
그렇기에 "잘 하면 나도..."의 어리석음을 반복한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에서 죽을 확률은? 1/2이 아니다. (누가 알겠는가.)
윷가락을 던져 모가 나올 확률은? 1/5이 아니고 1/16이다.
내가 불치의 병에 걸릴 확률은 괜찮은 배당금이 걸린 복권 일등을 맞추는 것의
백만 배는 더 높다는 사실을 알까?
"이번에 하나 맞으면..."
염려 놓으셔요, 되지 않는다니까.
아카시아 잎을 따며 사랑 점을 치기도 했다.
아아 그 이도 나를 좋아하고 계실까?
확실치가 않아 점을 치게 되었다면 확률은 1/2을 훨씬 밑돌 겁니다, 네~.
아직도 때마다 당신 생각에
무거운 베갯가의 꿈은 있지만...
흠~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그 확률은 십중팔구.
그리워 살뜰히 못잊는데
어쩌면 생각이 머지나요?
그것도 반은 넘는 확률.
날더러 어쩌라고...
그런데 그 판사 아저씨 말이지,
내기 골프는 도박이 아니라고?
골프는 아무리 내기라도 순전히 운과 확률에 내맡기는 게 아니고
실력에 따라 차등을 두기 때문에 도박이 아니라?
법리적 해석은 내 모르겠다만,
사회통념 상, 국민정서 상, 건전 명랑 사회 건설을 위하여
그게 될 법한 소리냐고, 내 참~
될까?
저~ 님이여...
(핸디를 계산해서 대등한 조건으로 다시 붙어보자고 말해볼까?)
3
분산투자?
부동산, 정기예금/채권, 주식(그것도 상호기금으로), 귀금속...
그거 억장을 지르는 소리구나.
야속해서 눈물이 핑 돈다.
우린 나눌 게 없어.
'소주 한 잔으로 털까/ 복권 한 장으로 몇 일 기다려볼까'이지
두 개 다할 수 있지가 않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소주 값이 비싸다는 이들 이해할 수 없지만
표를 의식해서 올리지 않겠습니다" 라는 서민 정치인.
"성은이 망극하나이다."
그때 인구를 삼천만으로 잡을 때 그랬지?
"술 삼천 만의 적 마셔 없애자!"
마실수록 더 솟는 걸 어찌 박멸할 수야 있겠냐만,
그래도 마심으로써 혈세를 더 내면
조인공 동포들에게 퍼줄 것도 늘어날 게고
[그래서 그때 라이방 아저씨가 주장한 것처럼
"절망과 기아선상에서 허덕이는 민생고를 시급히 해결하고...
민족적 숙원인 국토 통일을 위하여..."
뭔가 보탬이 될는지는 실로 의심스럽지만.]
그래서 조국에 이바지하게 되는 계산이라면,
뭐 오늘밤 한 잔 하시라고.
술 마시는 게 창피해서 마신다는데
누가 머라캐샀노?
핵폭 위기?
그건 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는 얘기나 만들어내지만,
황폭 위기?
그건 온 백성 마음을 갈가리 찢어발기고 무슨 해독제도 남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뇌관도 빈 황폭주로 달랠 생각하지 말고
정신차리자.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데...
올인했다가 망했지만
더 살고 싶지 않지만
반만년 오랜 역사에 수많은 침략에도 살아남은 겨레
난세를 헤쳐온 우리
분명 꼬불쳐둔 게 있을 거야.
외환 위기 때 금가락지 내놓듯이 그거 내놓자.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거야.
그럼 우리 다같이 '우다' 삼창!
우다? 왜 있잖아...
우리는 민족 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 (... ...)
신념과 긍지를 지닌 근면한 국민으로서, 민족의 슬기를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역사를 창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