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으로 먹지 말자
아이에게 무엇을 먹이는가에 따라 어떤 사람으로 만드는 셈이라는 말이 있다.
그게 꼭 먹을거리뿐만 아니고 가정교육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영향력과 사상의 주입을 포함하기도 하겠지만
여기서 그런 얘기할 필요는 없겠다.
아이뿐만 아니고 어른도 그렇겠네.
체질과 체형도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서 달라질 것이다.
장수나 노인성 질환의 문제와도 직결될 것이고.
전남 보성에 있는 말기환자 요양원에서 든 저녁식사
맛있는 것 피하고 덜 먹어야 하는데
고지혈증 주제에 절제를 못하고...
아침은 풀만 먹자 해놓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자고 그러고
이게 무슨 짓이냐?
샐러드만 먹은 적도 있지만
얼마 지나지도 않아 주식 급 간식을 챙기니까 완전 도루묵.
점심은 보통 냉면이나 메밀국수를 들게 되는데
삼식이가 미안해서 “오늘은 나가서 먹을까?” 그러면 마지 못하는 척하며 따라 나선다.
값 대비 햄버거만한 게 있겠는가, 그러니 “외식!” 선언해봤자 혹시나가 역시나일 줄 다 안다.
California에 가서는 꼭 IN-N-OUT 버거를 먹고 와야 하는 줄 알던 때도 있었다.
미국 중서부에도 들어왔는데, 이제는 별로다.
아이들 어렸을 때는 McDonald, Burger King, 캐나다 살 때는 Harvey이면 왔다, What a burger인 줄 알았다.
이제는 Fuddruckers, 패티와 함께 끼어 넣을 채소를 너무 많이 가져가기 때문에 보통 버거가 너무 두꺼워진다.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두 번 더 가본 Smash Burger.
Iowa에서 가져온 감자 부대를 쌓아놓고 그 자리에서 씻고 썰어 튀겨주는 Five GUys.
Burger 감정가도 아니고, 어떻게 그것만 먹고 살겠냐?
해서 고기 말고 생선 먹읍시다, 일인 경영 일식집에서 sashimi 시켜 먹기는 비싸니까...
달려 나오며 큰 소리로 “어머 00님, 오래간만이에요. 왜 그동안 통 안 나타나시고...” 그러는데
죽은 줄 알았던 서방 살아 돌아옴을 반기는 품새일세.
-아 그리 큰 소리 내면... {아고 뜨셔라.} 그리고 은퇴한 사람에게 00님이라 할 것 없고.
-(살짝 눈 흘기며) 한번 00이면 영원한 00인데요. {아니, 내가 해병도 아니고.}
메뉴 가져다주지도, 주문 묻지도 않고 내다 주는데
아니 이거야 세수 대야만한 그릇에 묵처럼 썬 연어, 참치, 광어, 방어를 노적가리 쌓듯 해서 나오니...
-이렇게 해주면 다 먹지도 못하고, 또 주인에게 야단맞을 텐데...
-오신 줄 알면 주방장이 신경 많이 쓰지요. 사장님도 다 아시는데 뭘...
거 참, 자주 가기도 그렇다.
-후식 드세요.
-응, 그게 무슨 emperor penguin?
딸아이와 떨어져 살아서 그렇지 걔도 한가락 한다.
다른 것들은 그렇고, 별난 것? 호박꽃을 튀겨 먹는구나.
덜 먹자.
맛있다는 게 알고 보면 다 기름, 설탕, 소금 많이 들어가고 콜레스테롤 덩어리더라고.
어렵던 시절에 “나 이런 거 먹는다” 재기 위해서 들고 나와서 보여주던 애들 심보가 아니고
“맛으로 먹지 맙시다”라는 얘기였음.
Christ Ludwig가 부르는 Brahms, “Die Mainacht” (4 Songs, Op.43 No.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