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으악새가 새인지 풀인지
삼심제(三審制)니까 좀더 기다려봐야 알겠지만,
소송비용이 만만찮으니 이긴 편이 없겠다.
그냥 '슬피 우는'으로 통분(通分)될 수 없을까.
"운다고 다 슬픈 건가"로 초치지 말고.
그 나이 됐으니
그냥 "아 그렇습니까"로 지나가라고.
말리면 말린 만큼 편하고
비우면 비운 만큼 선명해지는
<홀가분한 존재의 가벼움>
성성한 백발이 더욱 빛나는
저 꼿꼿한 노후여!
(임영조, '억새' 중)
(박광진 그림)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사랑이 힘드니까 그런 말 하겠지만,
살아있는 동안만 사랑하는 거니까
굳이 바위 될 것 없다.
때는 지금뿐이니까.
한평생
다 저물어
하직(下直)삼아 만났더니
아아 천만번 쏟아붓고도
진홍인 이 노을
사랑은
말해버린 잘못조차
아름답구나
(김남조, '사랑의 말')
휴대폰 들고 바깥마당에 나와서
전화로 아님 편지로 올지 서성거리다가
마음이 어린 후니 하는 일이 다 어리다
혼자 얼굴 붉히고.
빨리 간 사람 아까울 것 없고
오래 산 사람 미워할 것 없고
그냥 에휴 에휴 하면서
새들도 세상을 뜨는구나 그러는데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 욕했던 것
후회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러는 사람에게
그건 댁의 사정이고 그랬던 것
내가 그대를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 기다려줘
하고는 기다리지 않은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지 않은 것
후회하고
일초가 거기 가서
만해와 미당 만날 일 상상하며
씨익 웃고.
그래도 이젠 끌 때 같으니까..
돌을 깨뜨려 불을 꺼내듯
내 마음 깨뜨려 이름을 빼내가라
(황지우, '게 눈 속의 연꽃')
아니라니까요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아니라고 그랬으면 아닌 줄 아시지
아니라고 그랬는데 기라 하시면
날더러 이제 어쩌라는 것인지
끄기 전에
한번 더 오는 생일.
Happy birthday to me.
(김환기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