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


풀꽃 뒤에다가 ~세상, ~울림, ~천지, ~노래 같은 말 붙여
무슨 '운동'할 생각말고
그냥 "풀꽃!" 그래봐.
풀꽃은 꺾이지 않는다(조태일)?
그것도 조금 과해.

 

 

 


낱개로는 초라해 보여도
인해전술로 몰려오는 팔로군처럼
그것들은 무더기로 덤비더라고.
접사(接寫)와 확대 기능이 좋은 카메라 돌아다니니까
떨어져서 보기 때문에 미처 알지 못했던
아름다움도 인정해주겠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풀꽃' 전문)

 


그러면 풀꽃으로 남지 않고
간택되어 들어오겠네.


꽃밭에서 견딜까?


들길에서 만나 설레던 마음으로
계속해서 보아줄까?


가까울수록 멀어지는 것 같아
멀수록 가까워짐을 기대했는데
멀리 있으면 더 멀어지더라.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이라던 늙은이는
괜히 꽃만 꺾어버렸구나.
못할 짓.
안 할 짓.


그러니 너무 예뻐할 것도 없고
풀도 꽃피우는 줄이나 알아주자.
물망초(勿忘草)니 그런 이름 붙일 것 없고
그냥 내버려두자.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김소월, '산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