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야(除夜) 2
선택
내 아픔을 감춤으로써
님에게 나로 인한 아픔의 짐을 더하지 않도록
내가 너무 아파함으로써
남이 그보다 더 아픈 사람이 있음을 알고
그의 아픔이 더 많지 않음을 고마워하도록
나이팅게일
밤에 노래하는 새는
밤에만 노래한다
밤이니까 노래한다
자유
감시탑이 아니고
하늘을 쳐다보며
담 안에 있는 줄
잠깐 잊다
그와 함께라면
눈보라치는 벌판을 그와 함께 걷는 것이
벽난로 앞에 혼자 앉아있는 것보다 낫다
어두운 방에서
비단이든지 베든지 레이스든지
최상품 짜는 방은 어둡더라고요
들창으로 스미는 희미한 빛에
비춰보더라고요
그래도 밝혀야
까막거리며 힘겨워하는 것
아주 꺼버리지 못해서
어둠을 끌고 왔지만
이렇게 계속 갈 수는 없잖아
덕지덕지 엉겨붙은 그을음 거둬내고
등피 닦고
기름 붓고
새 심지에 점화하면
아 광명세상
자주 돌아보지 않아서
서먹해진 자신을 만나자니
많이 어색하지만
이젠 잘 지내자고 악수
아니 네가 난데 뭘 잘 지내고 말고
그럼 됐네 난 아주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