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총 들고 지키는 것도 아니지만

(꽃나무 아래 잔 들고 건들거렸지)

검문소 근무라고 하다보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디서 왔으며 어디로 가느뇨

언제까지 머물겠는고

대답 제대로 안 하고 웃기만 했다


이리로 나온 건 아니지만 벌써 떠났을 것이다

길이 아니더라도 나가는 덴 여러 군데니까

담이라고 쌓아두었지만

무단침입을 저지하는 거였지

이탈을 방지하자는 게 아니니까

오는 거야 거절할 수 있어도

가는 거야 제 맘인데


     {花開花謝春何管(화개화사춘하관) :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봄이 어찌 하겠는가

     雲去雲來山不爭(운거운래산불쟁) : 구름이 오고 가지만 산은 다투지 않는다

     (김시습, ‘乍晴乍雨(사청사우)’ 중에서)}


봄은 그렇게 갔고

여름 가을 다 그렇게 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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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 하늘을 빨리 질러가는 달이

빈 뜨락에 넉넉히 떨어트리고 간 빛을 즐기며

혼자 이별연습하고 있다

가시난닷 도셔 오쇼셔

그러면 가다가 주저앉아 웃겠구나

살펴 가시와요

너무 평범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우욱 처절 그럴 필요 없는데

인사해야할 때가 다시 올는지

인사 없이 가는 게 보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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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와 누웠는데

마음을 비운다는 게 말뿐이고

점점 가득 찬 당신이 가슴에서 잉잉거린다


구들에서 온기 사라질 때쯤

대 부러지는 소리에 깼다

새벽께 눈이 왔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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