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기다리자고요 2
올 테니까 기다리지 말라고 그랬더니
아이의 대답이 그랬다.
“올 거니까 기다리지 안 올 거면 왜 기다려?”
기다리느라 애쓰지 않아도 꼭 온다는 뜻이라고 그랬다.
기다리지 않아도 올 것은 오는 줄 알았을 것이다.
갈 테니까 마음 주지 말라는 말은 가르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가는 것 아니냐고 또 물을까?
갈 것은 아무래도 간다는 얘기.
같이 돌아서는 게 덜 힘들다고 일러줘도 잘 모를 것이다.
재림과 내세를 믿는 이들은 그렇게 말한다.
몽매에도 잊지 못할 님
오시면 여기서 맞고
가면 거기서 뵙지요.
낮에나 밤에나 눈물 머금고...
먼 하늘 이상한 구름만 떠도...
개봉 전에 시사회에 초대되었다고
무슨 특권층이라도 된 듯한 기분 누리려거든
남쪽으로 여행 한번 다녀오시게.
때 되면 필 줄 알거든
진득이 기다리시게.
필 테니까 헤치지 말게.
살았으면 언 땅을 뚫고 나올 거니까.
쪼그리고 앉아 지켜보지 마.
접사한다고 너무 다가가지 말고.
꽃눈 터지는 소리가 뇌성이거든.
내공이 심후하지 않으면 진탕되어
기혈이 들끓는다고.
한겨울 속울음이 길었을수록
움돋을 때 조심해야 돼.
구이팔 수복 때 함포사격 소리 듣던 것처럼
서울 인천 간쯤 떨어져 있다고 여기게.
패잔병의 분풀이에 맞아 죽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아직은 아니니까
꼭꼭 숨어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