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토유향(蘭吐幽香)

 

 

무슨 기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일어나게 되었다.

꼭 옆에 누가 누운 것 같아서.

살 냄새.

 

일단 깨고 나니 출처가 궁금했지만

불 켜고 소란피울 수도 없어서...

아침에 세탁기 아래 놓인 난분을 발견했다.

그랬구나.


그런 데 놓였지만

올연독좌(兀然獨坐)의 단아한 자세를 풀지 않았다.


알아보지 못하면

아낄 이유도 없을 테고

돌보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놓을 데가 없어서

그렇게 처박히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도 꽃을 피웠다.

홀로 있지만

외로움 타지 않고

버림받았지만

서럽지도 않은지

고개 숙이지 않았다.


어여쁜 님 그윽한 골짜기에 숨겨졌어도

향기는 십리 사방을 채운다고 인사했다.


울고 싶었던 걸 간신히 참고 있었지만

이미 고였던 것은 어떡하냐고 소매 끝으로 찍어 눌렀다.

생끗 웃고는 대구까지 붙여주었다. 

佳人幽谷裡 高士白雲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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