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의 꿈
생각이 먼저 있어 말을 만들었는지
말이 먼저 있어 생각을 걸러냈는지
하여간,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데
한 해 좋은 집 지어 고운 삶 살기 바라네만.
노창선 시인의 ‘비밀’을 옮긴다.
뽕잎으로 밥을 짓는 집에서 점심을 먹으며
뽕잎밥 뽕잎물 먹으면 오늘 밤
비단 꿈을 꾸겠네 농담 한마디 한다
누에가 되는 꿈, 비단을 낳는 꿈을 꾸고 싶다
푸른 잎을 먹고 누에는 어떻게
비단의 집을 짓고 마침내 나비가 되는 것인가
산 누에를 삼키면 천재가 된다고
뽕잎에 누에를 싸서 아들에게 먹였다는
우리 선대의 어느 할머니는 아직
비단 이야기 주머니 속에 들어 앉아 계신다
나는 애초에 그런 어머니 될 자신이 없었던가
내 몸 속에 누에가 들어와 살아 누에가 되는 꿈
밤마다 비단을 뱉아 고치를 짓고 싶다
비단의 언어들로 작은 집을 하나 짓고 싶다
내 몸에서 나온 말들이 나의 감옥이 되었던
어둠의 시간들을 허물고 나비로 환생해 오를 꿈
푸른 잎들이 기어이 비단실이 되고 마는 비밀
고통의 나날을 사랑으로 엮어가신 어머니들의 비밀
미래에 오실 큰 어머니들이여, 누이들이여
마지막 잠을 깬 누에들의 물결처럼
이 지상으로 당신들의 비밀, 당신들의 사랑
언제 어디로 깊은 잠을 깨우러 오실런지요
푸른 잎을 먹고 비단을 낳아 겨울을 감싸던 사랑
누에가 나비 되어 환생하는 계절의 비밀을 읽는다
시인들뿐만 아니고 모두들 실 뽑는 벌레들이 아닌지.
바라기는 고운 피륙 짜기를.
그리고 그 비단 주머니가 갑갑해지거든
(그렇지 뭐, ‘집’이 있다는 건 슬픔이기도 하거든.)
날아야지.
고치를 벗어나자면 얼마나 아프겠냐만.
주일마다 교회 찾아다니기도 고역인데
오늘 오전에 가장 가까운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행복 무드이다.
아직 한창이신 목사님은 하와이에서 7년 계시다 오셨다는데,
왜 그리 영어를 많이 사용하는가, 작은 아이가 어때서 little child라고 그래야 하는지...
(게다가 죽었다 깨어나도 바꾸지 못하는 ‘경상도식’ 영어.)
그렇지만 메시지 내용은 아주 건전하고 훌륭했다.
그런 건강한 중형 교회들이 한국에 많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