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있어야
“예끼” 할 때조차 사나운 기세 조금도 일으키는 법 없이
그 움직임이 목련꽃잎 떨어지는 정도의 팔랑거림을 넘지 않으신 할머니,
너무 유식하셔서 문자를 자주 쓰시는데
아무도 웃지 않아 혼자서 클클 거리시던 외할머니,
한석봉 모친보다 더 반듯하게 썰 뿐만 아니라
글씨도 그만큼 반듯하게 쓰시던 어머니
가신지 오랜 데도
당연히 계셔야만 할 것 같다
살림 돌보던 이도 설 쇤다고 떠났다
백수에 도전하는 노인과 아직도 야단맞는 그의 아들
둘이 앉아 말없이 저녁 들다
내일 또 여행길에 오르는데
떠남보다는 돌아감이니까
마음은 가볍다
짐 쌀 것도 없고
들고 가도 즐길 이 없겠지만
달리 가져갈 것도 없으니까
설 손님들이 들고 왔던 한과와 곶감을 담았다
친구, 애인, 공무로서든지
무슨 만남 한 번 없고 보니
쓸쓸하긴 했지만 복잡하지 않으니
그도 괜찮았다
집에 가는 길인데
왜 그 말씀이 생각날까
(성경에서 가장 이상한 장(章) 나누기)
요한복음 7장 53절: “다 각각 집으로 돌아가고”
8장 1절: “예수는 감람산으로 가시다”
그 분은 집이 없으니까
그럼 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