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컨드


1


당신이 누구에게 부동의 이인자라면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이다.

그녀가 당신에게 사랑의 기쁨과 아픔을 말하고,

헤어짐 직후에 당신에게 잠간 기대는 시늉을 하고,

새로 발견한 사랑으로 들떠서 떠들어댈 때에

넉넉한 웃음을 띠우며 “이번엔 잘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주고,

기원과는 달리 순탄하지 않은 항해에 대해서 불평함을 들어주고,

반복되는 파탄에 내심 ‘내 그렇게 될 줄 알았지’ 라는 게 아니라

정말 안됐다는 표정으로 등을 토닥여주고,

응, 또?  다시 시작하는 사랑에 당신 가슴까지 뛴다면...

당신은 영락없는 ‘세컨드’야.

(그게 왜 ‘첩실’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지?)


2


‘주님 사랑’이란 게 그렇더라.

애인을 제외하고는 주님이 제일 좋고

“자식만 아니라면 주님은 부동의 일번입니다” 라는 말은

“주님은 세컨드입니다” 라는 고백 아닐까?

‘~만 아니라면’이라는 바로 그 존재는 늘 주님을 가리더라.

주님 앞에 서 있더라.

(그러면 그분은 네게 있어 ‘주님’ 아니다, 그렇지?)

그래도 그분 그러시더라.

“얘, 됐다, 그래도 세컨드가 어딘데? 

어려울 땐 나한테 오잖니?  날 믿지 않고서야 늘 그럴 수 있겠니?”


[이건 ‘위경’에 있는 거니까, 공의회에서 승인하지 않은, 아니 ‘금서’이니까,

인용할 것도 없고, 또 비난할 것도 없어.  그냥 ‘얘기’니까.]


Crown Him, crown Him.

‘일인자’ 자리를 내드리자.

왕관 드려 왕관 드려 주께 경배 드리세.


3


되모시인 줄 몰라서는 아닐 거라

그래도 숫처녀로 인정해주고 첫사랑을 의심치 않기.

숫날이와 숫배기로 만나지 않았어도

진실한 건 다 첫사랑.


4


나는 너에게 감동과 기쁨을 주고 싶었다.

너는 명품으로 둘러싸여 있으니

나 정도는 그저 그렇겠지.


가진 게 너무 많은 사람을 좋아하게 되면 무지 고단하다고.

여간해서는 감동 먹지를 않거든.

정인의 작은 칭찬이 고마워서 체중을 싣듯 기대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 좋지.

(쉽다고 좋은 건 아니고

좋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지만...)

그렇지만 시작한 다음에는 무를 수 없으니까

힘들더라도 지고 가야지.

 

5


Christopher.

무거운 그리스도를 업고 가듯

즐거운 마음으로 이고 지고 가라.

“네가 기쁘게 십자가 지고 가면

슬픈 마음이 위로 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