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다가 잠간
(로비에 있는 컴퓨터가 마침 비었기에 잠간.
서둘러 몇 자 적는다.)
순이가 떠난다는 아침에... 그런 거 있지?
어디 북간도 갔겠니
좋은 길 승용차로 다니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이라서...
안면도.
(이름은 그렇다만 난 한잠 자지 못했다. )
성나면 그런 소리 내는 것일까
바다는 밤새도록 으르렁거렸다.
그런 때에 나돌아 다니는 게 아니지만
누가 날 부르는가 홀린 듯 나왔다.
고행이 수덕의 길은 아닌데도
맨발로 굴 껍질 깔린 모래밭을 밟고 싶었다.
그 정도까지 안하더라도...
날아가는 줄 알았어.
입 안으로 들어가는 바람이 뱃속을 써늘하게 식히고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 같더라.
위험지역을 넘어온 거품이 몸을 덮치기도 하고.
![AA1[19].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917_2006-02-09/AA1%5B19%5D.jpg)
이상하다, 분명히 어두운 하늘, 눈내릴 때 찍었는데, 어디로 갔지...?
![AA2[21].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917_2006-02-09/AA2%5B21%5D.jpg)
날 새었는데
하늘은 뚫린 채로 눈은 계속 쏟아졌다.
오늘 덕산에서 직원 연수회가 있는데,
280명쯤 전국 각처에서 올 텐데
날씨를 두고 기도한 적 별로 없었지만...
천수만을 지나는데
이건 fade-in도 아니고
단번에 slide 한 장 탁 넘기듯이
쨍 햇볕 쏟아지며, 파란 하늘, 은빛 바다, 그리고 눈 덮인 산들,
고맙게도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AA5[12].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917_2006-02-09/AA5%5B12%5D.jpg)
볕바른 창가에서 말끔히 닦아놓은 유리를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이 추운 것 같지 않다.
야외온천 풀에서 한 가족 네 식구가 소란 떨며 논다.
벌써 눈이 녹네.
지치고 바랬지만 그래도 파란 솔잎과 누런 잔디가 드러난다.
![AA4[14].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917_2006-02-09/AA4%5B14%5D.jpg)
수덕사
그래, 가리거나 덮어도 숨기지 못하지.
기침? 가난? 사랑.
시치미 떼도 사랑이 옴을
애썼지만 사랑이 감을.
우유, 생선, 두부처럼
사랑도 유통기한이 짧더라.
해외의 한국식품점에서 라면 유통기한을 지워버리던데,
변질된 지 오래된 것을
“죽음이 우리를 가를 때까지”에 묶여
속이더라고.
유통기간이 길다고 영원할 것도 아니고
‘지속성’이 가치를 보장하는 것도 아닌데
“변치 말자”는 약속은 또 뭔지?
그래도
우여곡절이 있었기에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너무 늦은 듯 하지만...
“살면서 잘한 일이라고는
그대를 택하여 ‘우리’라고 불러본 것 한 가지뿐”이라고.
![AA7[8].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917_2006-02-09/AA7%5B8%5D.jpg)
(아, 마음의 흐름대로 맡겨둘 시간이 아니었구나.
나 지금 들어가야 해.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