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없으면 어때
가고 싶다고 아무 때나 떠날 수 있는 게 아니고
혼자 다니는 게 어색하고
같이 다니는 건 거북해서
궁리하다가 또 놓치고 말 것이다.
사람에 치는 것이 싫어서라면
나 하나 보고 꽃을 피우란 말이냐?
미황사 동백을
섬진강 따라 꽃길 백리를
산수유마을이라고 이름붙이지 않은 동네를
달맞이 고개 벚꽃을
독점할 수는 없으니까
애태우다가 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들리긴 하겠지만
겨울바다처럼
철 아닌 때에 찾을 것이다.
내게도 좋은 시절 있었어
(그대에게 보여주지 못했네만...)
그러니까 한물간 사람들끼리라고 할까
꽃 없는 꽃놀이로 만나서
내년 꽃필 때 보자고 손가락 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