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세 시
오후 세 시의 정적을 견딜 수 없다
오후 세 시가 되면 모든 것 속에서 내가 소음이 된다
로브 그리예의 소설을 읽고 있을 때처럼
의식이 아지랑이로 피어올라 주변을 어지럽힌다
-김상미, ‘오후 세 시’-
토요일 오후 세 시
이러고 있으면 안 되는데
내가 생각한 서울의 주말은 이런 게 아니었는데
그야 뭐 내가 여기 있는 줄 아는 사람이 없으니까
<매물>이라는 쪽지 붙이고 거리에 나설 수는 없으니까
그 치만 생각하면 막 화가 치미는 거야
지지리도 못생겼다
지독한 속울음을 샘물로 뽑아 올리는 재주는 있어서
누구겠니?
사랑한다면서 맘껏 쏟아 붓지 못하고 먼빛으로만 그리워하는
그의 이름 박재삼
나흘 전 안면도 밤바다에서
날아갈 듯 하여 오래 못 있었다만
내 사랑이 저렇던가 몰라
바다에는 속절없이 눈이 내리네
-‘바다에 내리는 눈’-
그랬어?
봇물은 찰랑찰랑
넘칠 듯 하면서 넘치지 않고
=‘그대가 내게 보내는 것’-
그렇지, 그대는 넘치지 않지
아무리 눈으로 새겨 보아도
별은 내게는
모가 나지 않네
그저 휘황할 뿐이네.
사랑이여 그대 또한
아무리 마음으로 그려 보아도
종잡을 수 없네
그저 뿌듯할 뿐이네.
이슬 같은 목숨인 바에야
별을 이슬같이 볼까나.
풀잎 같은 목숨일 바에야
사랑을 풀잎같이 볼까나.
진실로 진실로
세상을 몰라 묻노니
별을 무슨 모양이라 하겠는가.
또한 사랑을 무슨 형체라 하겠는가.
-‘세상을 몰라 묻노니’ 전문-
자인하니 맘 놓고 흉보네만
그대는 뭘 몰라
신경질부릴 상대로 골랐다고
서운하다 마시게
누가 재주 좀 부렸다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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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
나는 그 시대에 감히
행복이란 말을 적어넣는다
-박세현, ‘행복’ 전문-
밖이 조용하면 안도 평안하더라 그 말이지?
난 심심하다
토요일 그거 참 맹랑하다
빨리 해라도 지면 좋겠네
싹싹하게 포기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