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색했어도
늘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만났지만
실속 없으면서 부끄럽기만 한 입맞춤조차 없었으니
정인이라 할 것도 아니었다
오해랄 것도 없는 작은 어긋남 때문에
마주침이 뜨악해지고 보니
발길이 뜨음해진
그렇게 잊혀져가게 된 거니까
흉터 남을 상처가 있을 리 없지
마음의 흐름을 적었다고 하더라도
탈색된 양면괘지로부터 글자가 날아간 지 오래 되었거든
깊은 산속 옹달샘에
웬 가재란 놈이 나타나서 꼬물대니까
썩은 낙엽이랑 앙금이 떠오르길 하루에도 몇 차례
에고 세월이 성능 좋은 지우개는 아니구나
인연은 안보여도 이어지는 거구나
아무렴 어때 했지만
어때가 아니더라
물 길러 오는 이들에게도 미안하다
새벽달과 둥실 구름이 떠 있을 수면이
흔들리고 있을 것이다
(주일 아침
오늘 갑오년 만에, 시어머니 죽고 처음처럼 강단에 서는데,
왜 잡생각만 이어지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