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에서 2 먼 산 바라보기
가까이 가도 먼 산이다.
먼 산은 바라만보는 것.
속에 들어갈 수 있을까?
큰 산은 안에서도 먼 산이다.
Chinook Pass에서 바라본 Mt Rainier
히브리어로 ‘거룩함’을 가리키는 ‘kadosh’라는 말은 분리되었다는 뜻이다.
밟아보고 먹어봐야 하는 것 아니고 기운만 쐬고 감응하면 됐지.
떨어져서 거룩한 곳을 거룩한 채로 남겨두기.
Mount Baker
Mount Rainier
Hurricane Ridge에서 바라본 The Olympic Mountains
어찌어찌 꼭대기에 올라가서 인증샷 몇 장 박고는 ‘정복’했다는 이들
내 참 기가 막혀...
히말라야 14좌 올라가보지 못하면 산악인 아닌가?
내 뭐 딱히 고소공포증 같은 건 없지만 ‘top’에 오르지 못한 열등감 같은 것도 없네.
{사회계층으로 치자면, 어려서 분단장, 군대 가서 병장, 가정 이뤄 가장, 그러면 해볼 것 다 해본 셈.}
Mt Olympic trail 옆에 선 나무들
그야 그림으로 보는 것과 육안으로 확인하는 건 다르지.
다가가서 “나 이만큼 왔어, 그 동안 잘 있었고?” 그러면 된 거네.
막말 시리즈에 “百見이 不如一觸”이니 하며 심한 이어짐으로 나아가기도 하는데...
交感하면 됐지 뭐.
내 것 아니라서가 아니고 누구의 것도 아닌 것
누구라도 품어주는 것
가까이 왔음을 알아보고 따뜻한 눈길로 맞이하는 것
큰 산은
들어오지 못하는 이에게도 情感을 나눠주고
보기만 하고 돌아가는 이에게 기운 차리기를 빌어준다.
Mount Olympus(7962ft, 2427m)는 그 동네에서는 높이로만 치자면 일진그룹에 끼지 못하겠지만
連峰들 늘어선 자태가 일품이다.
Hurricane Ridge(5245ft, 1598m)까지 차타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
장애인도 휠체어 타고 감상할 수 있고, 하이킹 트레일을 어슬렁거릴 수 있다.
산에서 산을 바라볼 때는 높이를 비교하지 말고, 지금 있는 곳도 이미 높고 좋은 곳인 줄 알면 됐다.
Vantage point는 보기 좋아서 있기 좋은 곳, 그것도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건 아니지만...
그 동네 얘기하면서 Mt. St. Helens를 빼놓을 수 없지.
1980년 5월 18일-광주 민주화 운동이라고 할지 대학살이라고 할지 바로 그 날-폭발과 용암 분출로
산 높이는 9677ft(2950m)에서 8365ft(2550m)로 내려앉았다.
30년 지나 근처 산들은 인공 조림으로 잘 정리되었고 대신 야성미는 사라졌다.
한국 산의 능선들처럼 걸을 만한 길들이 많다.
{비싸서 사지 못했던하이킹스틱 모처럼 장만해갔지만, 쓸 일도 없었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여기가 좋사오니” 퍼질고 앉을 수는 없고
등산의 영광 뒤에는 하산의 사명도 있다.
추억이 그리움을 키우다가 병이 될 때쯤 다시 가면 되고
최근에 다녀온 사람이 떠벌릴 때에 맞장구칠 것 없고 조용히 웃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