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메시지
출근이 또 늦었네.
연구비지 생활비가 아니니까 살만큼 줄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귀한 직장인데 이렇게 늦게 나가도 되는 건지
누가 말할 것도 아니고 도끼눈으로 보지도 않겠지만
아랫사람--누구? 없어--에게 본이 되어야.
옆에 앉은 아주머니가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뭘 하는 분인지 바람에 튼 얼굴과 검푸른 손을 보니 힘들게 사시는가 보다.
톡톡 건드려도 될 것 같은데
손풍금 건반 누르듯
첫 출격하는 신풍돌격대원이 조종간을 잡듯이
손가락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다.
초저속.
저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잘 안 되네?
‘쯩’이 없어 다른 사람 주민등록번호로 전화기 한 대 뺐다.
그 동안 메시지 몇 번 받았다.
“오빠, 외로워요” 같은 것.
나도 문자 때려보고 싶은데
보낼 데가 없네?
(씹어도 할 수 없지 뭐.
시작은 미미하나... 열 번 찍어...)
작대기 두 개와 점 하나로 다 되네, 거 참 신기하구나.
그러니까 천, 지, 인으로 세계가 이루어졌다 그거지?
그런데 부호는 어떡하지?
궁즉통이라는데, “주말에 뵐 수 있겠는지요 물음표”라면 될 것이다.
앗, 쌍자음은? 도리가 없네. (묻기도 그렇다.)
쌍자음 안 들어가게 문장을 만들자니 그게 잘...
예전에 축전 보낼 때에 쓰던 식의 무슨 협약된 약자 같은 게 있을 텐데?
예컨대, ‘우다’ 그러면
"아,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라는 말씀이구나"로 알아서 듣듯이.
뭐라고 하지?
밤새 뒤척이던 풍경(風磬)도
소리를 멈췄습니다
초승달 아직 사라지지 않은 새벽
핏발선 눈으로
그대를 그리워하며
그렇게 나갈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아노도”?
무슨 소린지 통 모르겠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로 흉잡히며 살자니
좀 그렇다.
이순에 타문화권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게
그게 좀 그렇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