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쪽빛 아니라도
저만하면 그래도 너무 파란 하늘
쌀쌀함이 가시지 않았으나
햇볕의 따사로움을 상쇄하지 않을 만큼 친절한 바람이
도덕적 긴장감 같은 걸 무장 해제시킬 듯이 간질인다
바람 맞아
바람 들고
바람피우다가
바람 잦아들면
봄날이 가는
그게 뭐 어때서
제 자리 떠날 것도 아니고
그게 소리로 들리는 것 보니
벌써 바람난 게야
바람은 바람 길에 있던 것들 죄다 스쳐가면서
더러 생채기 남길 때가 없지도 않지만
따로 골라 심알 잇겠다고 무리하게 덤빈 적 없어도
바람받이에 있는 것은 좀더 힘들겠지
[비라도 그렇다
비 뿌리면 거기 있는 것들 다 젖게 되니까
일부러 우산 쓰지 않은 다음에야
비 맞으며 마른 채로 있을 수는 없지]
속삭이면 설레고
흔들면 일렁이고
찰랑거림과 나부낌은
제가 가만히 있고자 해도 어쩔 수 없으니까
사람 마음은 가만히 둔다고 바르지도 않고
고요하려면 더욱 일렁이니까
꿈결 같고 어룽어룽한 것들
깨어 쫓을 것 없고
피할 것도 즐길 것도 없는 바람에
꺾이지는 않겠지만
억지로 눕히겠다는 힘에
한사코 버틸 이유도 없다
바람 잦아들기 기다리자면
수행은 또 한 계절 늦춰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