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혼자 떠남]
발발 떨며 나갔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투덜대며 들어오기.
그럴 처지는 아니지만
(그러니까 일탈의 유혹으로 오래 시달렸던 거지.)
하루만 가출하기로.
(아버님도 하루 정도야 괜찮으실 것이고.)

오밤중에 해변을 걸었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장 폴 벨몽드나 입음직한) 연두색 바지가 젖을 정도의 경계를 따라.
갈기를 세우고 달려들어도
더 다가가지 않으면 발끝도 적시지 못한다.
날 좀 울게 해줄 수 없니 그러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피하게 되더라는.
![AA15[1].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15%5B1%5D.jpg)

대실료 15,000원, 숙박료 23,000원 짜리라도 잘 고르면 그저 그만한 것 걸릴 텐데
뭐가 다 끈적거리는 것 같아 단잠자지 못했다.
아침, 새 날이니 불쾌를 끌고 갈 수야 없지
마침 좋은 만남으로 상쾌함을 회복했다.
![A15[2].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15%5B2%5D.jpg)
쓸데없이 나이를 먹었으니 내가 형인 셈이지만
형 노릇 하기가 미안한 잘난 아우가 부인을 데리고 나왔다.
내외가 하루 종일 날 위한다고 날품 팔듯 수고했다.
동래 범어사를 보자고 갔는데
마침 초하루라 사람들이 많구나.
입구의 등운곡(籐雲谷)은 겨울이라 볼 게 없었다.
등꽃이 자운(紫雲)으로 골짜기를 덮을 때는 “아휴 정말...”이겠으나
해마다 큰 소나무(長松) 60여 그루가 덩굴의 목조르기에 죽어나간다.
일대의 소나무는 일부러 그렇게 가꾸거나 분재 다루듯 하지 않았는데도
모양이 등(燈) 같다.
사리탑 같다 하든지, 솜사탕 같다 할는지
보기 나름이니까.
![AA11[2].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11%5B2%5D.jpg)
일주문.
결구(結構) 없이 기둥을 세운 건축물이다.
출입하는 공간이 셋으로 나누어졌다.
(몰골은 그래도 속은 꽉 찬 문화재청장님의 안목 덕에)
뒤늦게 문화재로 지정이 되었다.
![AA6[6].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6%5B6%5D.jpg)
아하, 이런 길이 있구나.
담은 문을 내기 위하여 있는 것.
그러면 담이 먼저였을까 문이 먼저였을까?
막는다기보다는 구별하기 위해서 담이 생기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교통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으니까 문도 내야 했을 것이다.
![AA14[1].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14%5B1%5D.jpg)
산문(山門). 그도 고운 이름이다.
일주문, 금강문, 천왕문, 불이문.
자하문은 들어가는 문인가 나가는 문인가.
![AA7[3].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7%5B3%5D.jpg)
담 따라 걷는 길.
통과(通過) 없이 병행(竝行)해도 괜찮다.
배척당했다는 느낌은 없다.
고놈 보게, 작은 새(이름?)가 앞에서 까불대다가 잠시 쉬고 있다.
![AA8[3].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8%5B3%5D.jpg)
![AA9[3].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9%5B3%5D.jpg)
탑, 보물, 빠져나가지 못한 바람, 사람들...
일일이 인사할 수 없어서 그럼...
![AA13[2].jpg](https://s3-us-west-2.amazonaws.com/mksbal-public/imgs/mksbal_891_2006-03-02/AA13%5B2%5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