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
“바람 소리 들리나요?” 해서 얘긴데,
난 바람을 보지.
바람이 춤을 춘다면 “우와~”하면서
춤바람이라면 “에비” 할 것 없다.
난 몸치거든.
꽃 사이를 헤쳐 가는 나비의 팔랑거림이 눈부시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거위걸음으로 따라잡을 수 없구나.)
그런데... ‘舞風橋(무풍교)’라는 춤사위는 평범하네?
솔숲이 더 맵씨나는 걸.
흐음~ “너희가 돌이켜 어린 아이 같이 되지 아니하면...”이라고 하셨다만,
어린 아이 같으셨다는 종정 스님의 글씨는
어린 아이 글씨라고 아우가 중얼중얼.
(기소되지 않기를 바라며.)
일주문의 편액(扁額)은 으으, 석파(石坡)! 대원군이 썼고
주련(柱聯)은 해강(海岡) 김규진(金圭鎭)의 솜씨.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불보 사찰이니, 하모...
‘佛之宗刹 國之大刹’ 이라 하겠네.
“갈 之 자를 우예 저리 썼노?”라고 중얼중얼.
(없어도 뜻은 통하거든.)
기념품 상점으로 쓰는 건물에 걸린 편액 ‘萬歲殿(만세전)’은 무명 6세 신동이 썼다는데
참 어지럽게 맴돈다.
그런데... 저 바다는 별로 험해 보이지 않네?
그래도 배를 타야 건너겠지?
사람 참 많구나.
왜 산문 안에서도 왕재수 얼굴과 싸가지 없는 눈빛과 마주쳐야 하는지 억울하거든,
너나 잘 하세요~
화안(花顔)은 딴 데 가서 찾고
당신은 화안(和顔)으로.
아직도 그런 데 있겠지...
닫힌 사립에
꽃잎이 떨리노니
구름에 쌓인 집이
물소리도 스미노라
-조지훈, ‘산방’-
거기 선원(禪院)이 있는데, 어른 스님께 여쭸다.
- 참선 공부하는데 가장 어려운 게 무엇입니까?
- 공부가 안되는 것이죠.
(아휴, 지당한 말씀.)
눈이 달렸다고 뭘 보나, 본다고 뭘 아나,
그런 눈에도 그건 보물이다. 어쩌면 저렇게 지었을까...
건물의 사방에 걸린 편액이 동쪽에는 대웅전, 서쪽에는 大方廣殿(대방광전), 남쪽에는 金剛戒壇(금강계단),
북쪽에는 寂滅寶宮(적멸보궁)이라 했다.
뭘 모르니 이렇게 떠들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니까.)
오를 만큼 올랐어도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데
물 마르면 곧 죽을 우제어(牛蹄魚)는 뭘 모르니 후회도 없다.
그냥 분위기에 압도된 것을 자존심과 결부시켜서 세차게 고개 흔든 줄 알 것이다.
“남은 설움 없습니다.” 하고서
입 좀 다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