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백일홍
花無十日紅이라고 열흘 붉은 꽃이 없다고 그러잖아요?
그럼 百日紅은? 상대적으로 오래 가는 꽃이 없는 건 아니지요.
木百日紅 말예요, 배롱나무라고 그러는.
맞아요, 여기서는 5월이면 피기 시작해서 찬바람 불 때까지 계속 피니까
백일이 뭐야 훨씬 오래 꽃빛깔을 달고 있는 셈인데
그게 낱 꽃 하나하나로 치자면 하루살이 삶이더라고요.
봉오리 터지고 하루나 가나, 그러고는 툭! {워낙 가벼워 着地 소리도 안 나지만.}
한국의 오래 된 절집에 있는 것들처럼 老巨樹 급이나 야단스럽게 가지를 비틀어 놓은 것들은 없고
시골집 장독대 뒤를 무궁화로 울타리 두르듯 그냥 떨기나무처럼 펜스 따라 주르르 심어 놓았는데
한여름 더위를 견디며 분홍, 하양, 빨강, 보라 등의 색깔을 보여주니 고마운 꽃인데요.
그것도 워낙 뜨거울 때는 “응? 그 많이 달렸던 것들이 다 어디로 갔지?”로 꽃빛을 거두더라고.
처음 필 때가 가장 좋고
그만하면 더위 가셨나싶은 때에 한 번 더 피우고는
잎들이 물들며 “아 가을인가~” 그러더라고요.
들여다보면 한 가지에도 금방 터질 것, 이내 떨어질 것, 이미 씨방으로 맺힌 것들이 섞였더라고요.
混在라기가 뭣하면 竝存이라고 해두지요.
{낱개의 通時的인 life cycle과 接化群生이랄까 하는 면에서는 共時的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에고, 간만에 문자 쓰려니 당최 아리송해서... 그럼 패스.}
어찌 하는지도 모르면서 시작한 것이었다.
멈추지 못해 할 것 다 잊어버렸다.
첫 키스처럼... 길어지고
그렇게 삶은 별 맛도 아니며 군내 나는데도 이어졌다.
해야 할 것 안 하며.
이미 놓친 게 많아도 더 잃어버릴 게 남았는데
몽땅 털어 산 게 가짜라면?
그가 떠나기도 했고 내가 떠나기도 했던 만남들
구름 사라진 하늘처럼 흔적도 없는 건 아니어서
궂은 날에는 안 쑤시는 데가 없더라고.
{그게 뭐 격투기 선수라서가 아니고
밀고 올라오는 인파를 뚫고 지하철 타려니까 부딪히고 밀치게 된 거지.}
가을에 들어서고 한참 후에 반짝 경기랄까 Indian summer라는 게 있는데
그게 며칠 간다고 “내 청춘 이제부터!” 그러겠는가?
차라리 서리 맞고도 제법 버텨서 “아마도 傲霜孤節은 너뿐인가 하노라” 소리를 들어야겠지.
{落木寒天에 얼마나 더 버틸고? 그냥 베짱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