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사발
그릇은
흐름을 막자는 게 아니고
흐를 때까지 두자는 것이다.
막사발 하나 주웠다.
그건 그렇게 얻는 것이지
장터 주막에서 슬쩍 쌔벼 오는 것이지
큰돈 내고 살 게 아니다.
왜란 이전에 만든 것으로는 조선 땅에 남은 게 없다는 말도 그렇고,
재현? 그런 게 왜?
일본에서 이도차완의 ‘완벽한 재현’이라는 막사발 전시회를 준비하는
이석윤 선생의 ‘은을요’-최근 ‘울산요’로 개명-에 다녀왔다.
매화등걸까지야 비기겠냐만 험한 일 하는 아낙의 손처럼 거친
(속살은 그게 아니지만)
바닥쯤에 작은 사마귀 몇 개 붙은
뒤뚱거려도 넘어지지 않는
쉬이 물릴 것 같지 않은
무시할 수도 어려워할 것도 없는
그런 몸통 어루만지고
입술에 대기도 했다.
그걸로 한 번 말차 마셨다만
주거니 받거니 강냉이 막걸리 나눌 사람 올 때까지
그냥 살강에 넣어두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