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지나가고
눈 덮였다고 움직임이 없는 건 아니다.
떠남, 보냄, 만남, 기다림,
기다린다고 하염없이 창밖을 내다보는 게 아니고 공부,
공부는 그리움 다스리기.
조희룡, '매화서옥도' 조영석, '설중방우' 김명국, '설중귀려도'
설중귀려도 부분 확대 설중귀려도 부분 확대
전기, '매화초옥도'
불러내도 나가지 못할 만큼
아프지만
찾아오는 이 있을까 하여
눈 치고 길 냈다.
그래서 더 신열.
백미러로 돌아본다.
겨울이 다 그런 거지
유난히 더 길거나 춥지도 않았다.
그래도 봄은 기다려진다.
갈 것은 이제 그만 떠나게.
올 것이라면 머뭇거리지 말게.
패잔병이라고 화력이 없는 건 아니어서
더러 심술부릴 때도 있지만
꽃은 그런 줄 알고도 핀다.
두고 온 집에서는
배꽃이 비 내리듯 한단다.
돌아가지 못하니
피차 안됐네.
찾아가서 봄을 맞는 건 아니니까
있는 자리에서 기다릴 수밖에.
담 밖에 서서
창틈으로 기웃거리며
살창 틈으로 훔쳐보며
내님이 속삭이는 소리
나의 귀여운 이여 어서 일어나오
나의 어여쁜 이여 이리 나와요
자 겨울은 지나가고
장마는 활짝 걷혔소
(아가 2: 9-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