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월에

  

 

-저런 구름은 뭐라고 불러요?

-신원미상의 구름이랄까

-그런 게 어딨어?

-관계로 묶이고 싶거든 이름을 불러주든지...

 그렇지만 워낙 無常한 것이라서 좋아하지 않을 걸, 이름 달기 전에 흩어질 텐데...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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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의 시작? 그러면 개천절일까, 광복절로 치는 게 맞나?

Canada Day 7월 1일, Independence Day 7월 4일

북미주의 7월은 그렇게 국경일과 주말을 합쳐 만든 연휴로 시작한다.

긴 휴가 가지지 못하는 사람, 먼 데 떠날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나름 황금연휴를 적당히 이용한다.

나는 그냥 빈 도시 인적 끊어진 동네 고샅을 어정거렸다.

{고샅? 좁은 골목길이랄 수는 없어도 지역주민 아니면 들어올 일이 없는 길이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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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저게 뭐냐? 감, 대추, 도라지, 들깨... 한국사람 사는 집이네?

신기하고 반가워서 지나치지 못하고 멈칫, 머뭇, 문 두드리고 인사 틀까...

그러는 동안 굉음을 내는 lawn mower를 밀며 한 남자가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지나가다가 감나무를 보고 반가워서 이러고 있습니다."

현장검증 나온 피의자처럼 야구모자, 마스크, 선글라스 차림의 그는 기계를 끄지도 않고

알아들었다는 식의 표현인지 어깨 한번 으쓱하고 가버렸다.

{인사라도 받아줬으면 내가 가지치기라도 해주겠다고 제안했을 텐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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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도 능소화(凌霄花)가 있다.

꽃말, 전설 같은 것들을 떼놓고 바라보면 그리 슬프거나 독해 보일 이유도 없고

여기서는 그냥 성가신 덩굴식물쯤으로 대접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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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나무는 꽃들 떨어졌지만 망울들 많이 달고 있으니까 수은주 좀 내려가면 다시 불 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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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잣집 정원은 구석 처리조차 어마어마한데

물 귀한 지역에서 넓은 잔디밭 관리 잘한다는 게 자랑은 아닐 것이다.

내겐 그냥 나팔꽃, 한련, 나리 같은 것들 있으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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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련, 팬지(바이올라), 금잔화 같은 꽃잎은 샐러드에 넣어도 좋고, 원추리 싹은 데쳐 나물로 먹고...

{한련 마른 씨를 갈아 후추 대용으로도. 無毒 보장, 겁나면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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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든 게 아닙니다.

 

 

 

7월 또 그렇게 갈 것이다.

 

살아야 하는 이유? 그런 게 어딨냐?

찾지 못하면 살지 말아야 하는 거냐고?

새는 날도록, 사람은 살도록

사는 동안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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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주곡(間奏曲)이라는 말, 막간에 여흥을 돋우려고 가외로 집어넣은 게 아니고

독립된 아름다움을 지닌 것.

메인게임보다 더 진진한 오픈게임도 많아.

{오페라는 잊혔는데 간주곡만 남은 경우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