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신의 오후
말라르메나 드뷔시까지 끌어들이자는 게 아니고
오후에는 육식동물 맹수라도 움직이기 싫어할 때니까
목동이라도 눈 좀 붙여도 되겠다는 얘기.
밤에는 부릅뜨고(“with eternal lids apart”) 지켜야 하니까.
“내 눈이 쬐꼬매졌지, 눈가가 아주 붙어버린 모양이다.”
눈 감고 계신 시간이 스무 시간은 되니까.
열린 문으로 들여다보고 주무시는구나(안도)... 지나치면
“눈 감고 있었지 잔 게 아냐” 그러신다.
작은 눈을 와이셔츠 단추 구멍만하다고 그랬지.
내 눈이 그렇다.
모니터를 너무 들여다봤나 보다.
컴이 뭐 좋겠는가
봄날 오후에는 자고 싶다.
목신(牧神)은 반인반양(半人半羊)이라 반수신(半獸身)이라 했겠는데
조는 듯 깬 듯 하는 반수신(半睡身)이구나.
꿈을 잃은 몸이 잠은 탐해 뭣하랴
그래도 어떻게 잠들었고...
연심(戀心) 엷어졌어도
마음 편한 건 아니어서
저만치서 다가오는 이 먼저 발견하고는
눈 내리깔고 지나치게 될지
불씨 헤칠지
파랑(波浪) 일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