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데리고
오십이 지나 첫 집을 살 때에
(삼십 년 상환의 주택 융자를 안고 있으니 내 집도 아니지만)
경험 부족이라 이것저것 살피지를 못했다.
쓰러져가는 담장 사이로 등나무 덩굴이 삐죽삐죽 나온 것 보고
“아, 보랏빛 뚝뚝 떨어지겠구나” 하고 덜컥 계약했다.
봄이 몇 번 지나갔는데 꽃 안 피더라.
다 잘라버렸는데 사방에서 꾸역꾸역 솟는다.
올봄-거긴 봄이 빨리 오니까-에 등꽃이 조금 피었다고 한다.
예전처럼 사방으로 구렁이 무리가 똬리 틀고 있는 것에서가 아니라
밭으로 침투하여 솟아오른 작은 가지에서.
그건 못 보고
여인의 머리털에서 냄새만 맡았다.
천경자, '사월'
황사가 두려워 못 나간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있는 토요일
웬 꽃 배달?
프리지아, 노랑, 하양, 보라.
아니 이렇게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어떡해?
(예전에 다 데리고 놀던 애들이다.
나 꽃 많이 키웠어.)
아 좋다
흠~ 좋은데
어떡한다?
다 데리고 잘 수도 없고.
(골치 아프잖아...)
베란다로 쫓아버릴 수도 없고...
작은 방이지만
하룻밤 같이 비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