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데리고

 

 

AA3[11].jpg

 


 

오십이 지나 첫 집을 살 때에

(삼십 년 상환의 주택 융자를 안고 있으니 내 집도 아니지만)

경험 부족이라 이것저것 살피지를 못했다.

쓰러져가는 담장 사이로 등나무 덩굴이 삐죽삐죽 나온 것 보고

“아, 보랏빛 뚝뚝 떨어지겠구나” 하고 덜컥 계약했다.

봄이 몇 번 지나갔는데 꽃 안 피더라.

다 잘라버렸는데 사방에서 꾸역꾸역 솟는다.

올봄-거긴 봄이 빨리 오니까-에 등꽃이 조금 피었다고 한다.

예전처럼 사방으로 구렁이 무리가 똬리 틀고 있는 것에서가 아니라

밭으로 침투하여 솟아오른 작은 가지에서.

그건 못 보고

여인의 머리털에서 냄새만 맡았다.

 

 

AA1[12].jpg

                                                                         천경자, '사월'


 

황사가 두려워 못 나간 게 아니고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있는 토요일

웬 꽃 배달?

프리지아, 노랑, 하양, 보라.

아니 이렇게 한꺼번에 들이닥치면 어떡해?

(예전에 다 데리고 놀던 애들이다.

나 꽃 많이 키웠어.)

아 좋다

흠~ 좋은데

어떡한다?

다 데리고 잘 수도 없고.

(골치 아프잖아...)

베란다로 쫓아버릴 수도 없고...

작은 방이지만

하룻밤 같이 비벼?


 

                 AA2[12].jpg    AA5[13].jpg

 

                        AA4[13].jpg    AA8[8].jpg

 

          AA6[13].jpg    AA7[9].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