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1
꽃샘추위라나
일없는 심술이 맵기는 하다만
황사 걷힌 하늘에
헤르만 헤세의 수채화 몇 점 걸려 있다.
두어 달 전 세모 가까웠던 날
놀이터 옆에서 힘겹게 피어낸 진달래들의
철없음을 나무란 적 있다.
떠는 너희뿐만 아니고
보는 이도 힘들다고.
오늘 그 곁 지나다가
가슴 부풀리는 애들에게 주의 준다.
아직 아냐 좀 있다 벗으라니까.
(그렇잖아? 아파트 단지나 도심 큰길가 말고
白雲臺, 逍遙山 같은 멋진 이름 붙은 곳 아니라도
야산 자드락쯤이라야 제자리 같다니까.)
다 하나님 하시는 일이니까
내가 걱정할 건 아니고
어디엔가 잠자는 미녀 있을지 모르나
내가 깨워야 하는 것 아니다.
사랑 근처에서 놓쳤던 사람
다시 보자고 약속하지 않았으니까
허탕 친 기다림에 분한 느낌 챙길 권리 없어서
휘파람 불다가 군것질하다가 책 읽다가
그렇게 얼마를 보내다가
자부름 자락 들치고 들어온 이와
눈도 안 뜨고 비비적거리다가
한나절 다 갔다.
'엠마오로 가는 길'
저녁은
오는 한 주 준비할 것 많아
또 빨리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