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찾아 1
정치인? 그가 그랬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春來不似春)고.
(제가 무슨 왕소군이라고... 쩝.)
남도라는데
오긴 올 봄이 늑장부리는지
패주하는 동장군이 남겨둔 매복에 걸렸는지
봄비라지만 눈보다 찬 비 내리는 날
내려갔다.
탐춘(探春)이랄까.
매화 언저리에 봄이 이르렀다는데 가슴 아니 설레랴(春到梅邊千里心).
오는 봄만 맞으려 말고 내 손으로 만들자 (정인보)
응, 어떻게?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이성부, ‘봄’-
그래도 나는 찾아 나섰다.
이름 남기기를 잊은 스님의 게송이 있었지.
종일토록 봄 찾았으나 보지 못하고
짚신 끌고 언덕 위의 구름 속 서성였네
돌아오며 매화 밑 지나다 보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들어앉았네
춥더라
춥지만
추울 때 보는 거니까
香中別有韻 淸極不知寒.
우리가 날마다 작고 슬픈 밥솥에다
쌀을 씻어 헹구고 있는 사이
(... ...)
어디를 다녀와야 다시 봄이 될까
나도 그곳에 한번 다녀오고 싶다
-문정희, ‘아름다운 꽃’-
잠간 아주 잠간
눈치 못 채게
슬쩍 했던 거야.
그렇게 다녀왔다.
예기치 않은 일이라도 일어나면
오히려 괜찮을 것 같은
그런 설렘이 전혀 없다면
차라리 떠나지 않는 게 낫다.
저질 발상으로는 불X이라고 그러는 모양이지만
큰물 때문에 발이 묶이거나(음, 열하일기처럼)
폭설로 미시령쯤에 갇히게 되는
뭐 그런 류의 상상이야 지극히 건전한 거니까.
돌아온다니까.
서울에서
서울로 가는 표
나에게서
나에게로 가는 내면
-김광림, ‘교외선’-
복귀가 확실한 이탈은 바람 쐼이라고.
(길어지고 습관성이 되면 바람 들고 바람남이겠지만.)
나 좀 섭섭하거든.
그렇지만...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엇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생명은 짧고
Still picture는 긴데
길기에 짧음만 못하지만
그래도 남기고 싶은 건데
무슨 카메라가 춥다고 배터리 바꾸라며
눈을 뜨지 않더라.
(다른 카메라로 찍은 것은 좀 있다 실을게.)
흐르는데
뭘 남길 수 있겠니?
그래도...
이왕에
내가 흐르는 강물에
바람으로 친들
불빛으로 친들
그대 하나를 태워가지 못하랴
-김남조, ‘내가 흐르는 강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