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아 시몬아


우리


“누구든지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이 누구?  한 자로.     나.

(아니 얘 좀 보게)  두 자로 하면?                   또 나.

(오잉) 그럼 세 자로는?                                 역시 나.

(얼씨구) 네 자로 해도?                                 그래도 나.

(어디) 다섯 자로도 그렇겠어?                       다시 봐도 나.


시작을 나로 하면

너와 합하여

우리가 될 수 없다.


자기를 부인한다 해도

부인하는 주체는 남더라고.

부인하는 나, 바치는 나, 희생하는 나라는

행위의 주체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건 할 것은 다 했다고 자만하는 율법주의와

선행을 인정해달라는 공로주의에서

많이 비켜선 것 아니잖아?)


그러니까

“보소서 우리가 모든 것을 버리고 주를 따랐나이다”

그럴 수 없었던 거야.

“다른 사람들이 다 주를 버릴지라도”

그러는 게 아니라니까.


너와 나

하나 되자고 해서

우리가 되는 게 아니고


우리는 먼저 있었는데

주고받고 하는 삶에서

받았기에 나

내게 주신 분은 너

주고받은 걸 따지지 않으니까

우리.


아니다가 우리로 되는 게 아니고

처음부터 우리였던 것이 나뉘지 말자는 거지.



바람만바람만


나이금이 그만한데

절구통 같으면 어때?

(참깨꽃 얹고 메밀꽃 뿌렸다고

먹물 쏟아 붓지 않아도 된다니까.)

한 아름 넘지 않으면

뒤에서 안을 만 하네.

피한다고 걸음 재촉하지 않고

잡겠다고 빨리 가지도 않고

그저 그만한 거리로 남아도

애정 있음?


가야바의 집으로 가는 길,

시몬은 멀찍이 따라갔다.

도망가지 않았지만

(그만해도 어딘데)

다가가지도 않았다.

(여차하면을 고려한 거지)

원심력과 구심력이 맞물리는

궤도 따라 공전해도

변함없는 충성? 


가까이 있지 않으면 떨어지더라고.

“내가 저를 알지 못하노라”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