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찾아 4
연등 켤 때까지 참지 못해
창 앞 목련이 조바심이다.
내려가면 한 주 먼저 보겠지만
제철 과일이 몸에 좋다는데
기다리지 뭐.
(근데 나 다음 주에 여기 없어.
꽃 진 델 다녀와야 돼.)
기다렸다 같이 가자고 그랬지만
(머슴이 언제 그럴 날 있겠으며
머슴 아니라고 봄날 놀러 다닐 남정네 있겠나.)
머슴 돌이는 한숨지으며 밭 갈고
순이는 동무 따라 꽃놀이 갔다.
돌아오긴 할까?
녹양(綠楊)이 千萬絲인들 가시내 마음은 매지 못하니까.
으응, 변절도 아름답다고?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강물 몸빛 바꾸어 흐른다 강안 풍경들이
천천히 굳어지고 강물 어둠의 등을 꿈틀대며
흐른다 흐르며 여린 꽃잎 강안으로 밀어낸다
-김윤배, ‘강물은, 변절도 아름답다’-
어릴 적에 미군 양자로 입적되어 미국에서 자란 이가
훗날 조선 처녀를 얻어 이러저러 살다가 한인교회의 장로까정 되었는디
설교 잘하는 목사더러 칭찬이라고 하는 말 들어보소...
“목사님은 어쩜 말을 낙화유수로 술술 뽑아내요?”
“아, ‘이 강산 낙화유수’가 생각난 모양인데, 그런 때는 ‘청산유수’라고 하는 게야요.”
낙화유수가 슬프긴?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아기 낳으면
돌멩이 같은 아기 낳으면
그 돌멩이 꽃처럼 피어
깊고 아득히 골짜기로 올라가리라
아무도 그곳까지 이르진 못하리라
가끔 시냇물에 붉은 꽃이 섞여내려
마을을 환히 적시리라
사람들, 한잠도 자지 못하리
-장석남, ‘그리운 시냇가’-
진달래 몽우리가
아직은 속살처럼 하얗다.
혼자 밤 새면
붉어질 것이다.
어디더라...
고개 너머 또 고개 아득한 고향
저녁마다 놀지는 저기가 거긴가
날 저무는 논길로 휘파람 불면서
아이들도 지금쯤 소 몰고 오겠네
-윤석중, ‘고향 땅’ 2절 가사-
그런데, KAPF에 있다가 월북한 박팔양은 진달래를 두고...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녈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로 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그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 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친구께서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다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도 전에
찬바람 오고가는 산허리에 쓸쓸하게 피어 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의 진달래꽃을 보셨으리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오라는 봄의 모양을 그 머리 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 것이외다
‘오래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 고
아휴~
그리고 지금 ‘요덕 스토리’ 하잖니?
거기 ‘주기도’라고 하는 게
[하나님] 아버지! 남조선에만 가지 마시고 공화국, 이곳 요덕에도 와주소서…
아버지,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