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제 그만
끝자락 붙잡는 시늉해도
떠남 막지 못하니까
반가운 낯빛 없이
오는 봄 그냥 본다
붉음 어지럽게 날리고
翠色 더욱 드러날 때에
우정 졸고 있다가
비갠 후 냇물 소리 듣는다
驢背春睡足
靑山夢裏行
覺來知雨過
溪水有新聲
-金得臣, ‘春睡’-
잘려 사슬 안에 놓였지만
보물임엔 틀림없는 것도 친견했다니
눈 터지고 마음 부르도록 호사했네만
눈은 보아서 다함이 없고
마음은 늘 만족하지 않으니까
그만하면 된 게 아니고
또 나들이 하겠지
남명이 사명당 등에 업혀 노래했다는데...
이별할 때를 잘 기억해두게
정당매 푸르게 맺었구나
매화 육백 년을 살아남았고
석탑이라도 지키고 있다만
그런 것 다 사라지면
천지의 참모습을 볼 수 있겠네
봄이 다 오기 전에
“봄은 이제 그만!” 하는 꼴이 우습네만
琴은 禁이니
樂而不淫 哀而不傷이라지 않으셨던가
나도 모르면서
알아줄 이 찾겠는가
知音 없어도 되니까
일부러 끊을 것 없고
줄 매지 않았다
노래라고 소리 내야 되는 건 아니지
至音本無聲
何勞絃上指
-李奎報, ‘讀陶潛詩’ 中-
(정말 그윽한, 아주 기막힌 소리는 귀로 듣는 게 아니니까
거문고줄 튕기노라 애쓸 것 없다는)
이제 그만
오는 봄 어쩌겠다는 게 아니고
(어쩔 수 있기나 한가)
賞春 醉樂 없이도 지나갈 수 있다는 뜻
(형편도 안 되면서 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