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사이 아니더라도
(목련꽃 피었기에 하는 얘기 아니다.)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아니라도
베르테르의 편지 아니라도
그런 게 아니고
그런 사이 아니더라도
편지 받고 싶을 때가 있고
편지 보내고 싶은 사람 하나쯤 두었으면 하는 마음도.
(터무니없는 과장에 황당해질 때조차 웃지 않는
마음 받아줄 형편 아니어서 많이 미안해하는...)
Algonquin Park에서 만난 애들
그때에 여자들은 갇혀 있었으니까
밖을 알지 못했으니까
감방 쪽창으로 스며드는 희미한 빛 같은 소식에
목숨 걸 정도였을 거라?
뭘 해 먹고 사는지 홈리스 방랑자 쯤 되는 녀석이
여기는 록키 산 Lake Moraine인데... 그러면
속이 보일 것 같은 물로 뛰어들고 싶어지고
(아니다, 물낯에 하늘이 비치니까 하늘로 날아가게 되는 건지)
속치마 말려 올라가듯 아래부터 개이는지
위로부터 벗는지 정상부터 보이는가
안개가 밀려가는 중이라고 그러면
안개 아주 가시기 전에
산 속으로 사라지고 싶어지고
Lake Tahoe에 다다랐다고 그러면
네바다 사막을 지나다가 목말라 죽을지도 모르면서
그곳에 가고 싶다 그럴 텐데...
요즘 편지 쓰는 사람도 없고
기다리는 사람도 없더라.
그냥 가면 되니까.
나룻배로 건너야 하는 데에서는
사공을 현지 조달할 수 있으니까.
오래 기다리다가
다시 만나고
그 오랜 기다림을 지탱케 하는
편지질 깜보 있으면 좋겠다.
여러 여자 알았을 백석의 흑백사진 보다가
흥남 부두에서 LST 탈 때 꼭 데리고 내려왔어야 했는데
그런 생각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