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루 황(黃)

 


줄기세포가 없다는 바람에 획을 두어 개 빼고 ‘말짱 황’이라고 그러는 모양이지만...


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  왜?

(하늘은 가물가물 땅은 노릇노릇 아님 노골노골?)

황하 유역의 땅이 누래서 그런 글자가 나왔다고?

(어느 쪽이 먼저?  아휴~)


黃은 皇이니 허튼 소리할 게 아니고

金은 黃이니 좋다고 그래야 붙게 되겠지만...


‘누루’가 뭐지?

물어도 대답 없을 것이면 몰랐던 건데

그러면서 왜 모르고 있음을 몰랐지?


(어원은 모르겠고.)


짚으라면 “이것이다” 할 것 같은데

그것도 색조가 끝이 없어서 딱 뭐라 하기가...


예전에 ‘박문수 전’ 따위 육전소설(六錢小設) 쪽들은 잿빛이었고

뒷간에서 들쳐보다가 찢어 사용하던 ‘야담과 실화’는?  누리끼끼.


사진틀 유리창에 낀 파리똥을 닦고 나면

잘 모르는 친척들이 빽빽하게 앉고 선 사진 몇 장 드러나는데

촬영 시 펑 터진 연기 때문인지 현상액을 잘 처리하지 않아선지

요에 남긴 지도짝 같은 것

그건 보지 말고

저거 저 바랜 사진이 무슨 색?

누루.


요강 대신 쓰던 깡통

(앉았다 일어나면 하트 모양 눌림표가 한참 갔다.)

거기 눌어붙은 더께 무슨 색?

누루.


내일 서울을 떠나기 전에

(잠간이지만 괜히...)

거리를 쏘다니고 싶어서

안국 역에 내렸다가

하꼬, 아니다, 학고재가 뭐하는 덴지 들려봤는데

강요배 (이름 하고는...)

누구지?


거기서

누루 보고

달, 감자, 당유자, 무우, 허공과 나무, 알, 메밀밭

그런 누루 보다가

그렁그렁 또르르

에고 이 무슨 망신.


이런 날 누구라도 나한테 걸리면

헤프게 입 맞춰 주리라. 


해서 근처 화랑 싸돌아다니면서

전시회 하는 화가들에게

떠들어댔다, 뭘 안다고.


고흐의 해바라기도 아르르의 밀밭도

누루는 아니다.


비 안 온지 꽤 되어 생기 잃은

오름에 돋았던 풀들

콩댐 언제 했는지 모를 장판

전성기 지난 영자의

적삼 아래

그런 것들을 쓸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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