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아이 아이
돌보지 않은 마당
잡초 뽑고 비질한다
대비로 베올처럼 촘촘한 금 남겨놓고
발자국 내지 말아야
청소한 것 같은데
칭찬해줄 사람도 없어
습자지에 몇 자 그리듯
낙서
쓸다가 카드 한 장 주웠다
앞면을 보니
"진실을 알려거든 뒤를 보라" 라고 적혀있다
돌려 보니
"뒤에 쓴 말은 거짓이다" 라고 그런다
아예 결심하지 말아야 했다
아무 결심도 하지 않겠노라는
결심 딱 한번 했는데
그러고는
"끝까지 같이 가리다"
"죽도록 사랑하리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으리"
그런 말 하지 않았는데
그 결심 지켰으면 결심한 거니까 무효
지키지 않았으면 결심하지 않았으니까 무효
이래도 저래도
내 탓이오
다만 내 탓이오
가슴을 치고는
그래도 그 사람
영 섭섭하다
소리
시차로 잠을 자지 못하니까
자꾸 무슨 소리가 나는 것 같다
웅웅웅웅
방앗간 피댓줄 소리
윤전기 돌아가는 소리
우듬지로 수액 올라가는 소리
사랑하오 사랑하오 웅웅
염불 끝자락에 똑또그르 또르르
끝났다니까 똑
신록
가을에
비 오고
잎 떨어지면
앙상함이 드러나고
안도하고
봄에
바람불고
꽃 떨어지면
지나치게 건강함에
소름끼치고
그리움 벗어
가지에 걸고
맨살에 쏟아지는
햇볕 이겨낸다
아이 아이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