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없어도
나 없다고 세상이 궤도 이탈하여 난리 나는 것은 아니다.
목측(目測)할 수 없는 차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아기가 요람에서 떨어트린 장난감 한 개가 야기한 진동은 은하계 끝까지 퍼져나간다.
위인, 요인, 거물이 아니라고 해도 사람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어찌 영향이 전혀 없겠는가?
한 달 떠났다가 며칠 들렸고
두 달 나가 있다가 또 며칠 들렸다.
반년쯤이나 못 오게 될 것이다.
"고향집에 홀로 계신 어머니 그리워~" ("깊어 가는 가을밤에 낯 설은 타향에"와 같은 노래)
뭐 그런 것도 있고
(영어 가사와는 영 딴판으로 만들어 놓았지만)
"늙은 아비 혼자 두고 영영 어디 갔느냐"라는 노래도 있다.
어쩌다보니 아내 혼자 집을 지키게 되었다.
나 없는 동안에...
달라진 것 없다.
그냥 반짝거리던 것에서 광이 좀 덜 나고
잔디에 잡초가 많이 침투하였다.
(잡초라지만, bluebonnet, mexicali rose, 메꽃 같은 족보 있는 야생화들이다.
그래도 제 집 잔디로 번진다고 동네 사람들은 싫어한다.)
복사꽃이 피었다고 일러라
살구꽃도 피었다고 일러라?
다 지나갔다.
포도나무 잎이 갓난애 손보다 커졌고
부추 꽃이 피게 되었다.
아, 반가워요, Miss Kim(한국 수수꽃다리).
큰꽃으아리(clematis)가 벌써 만발하다니... 한참 가려면 고단하겠다.
그리고 장미들(ancient roses), 향기 너무 고마워요.
(야단스런 미인들보다 그대를 더 좋아하는 줄 알지?)
물도 그대로
구름도 그대로
산책로도 그대로
흠, 가을에 도토리 많이 열리겠네.
밭은 차마 보여줄 수 없구나.
(올해는 땅의 안식년으로 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