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날 시간 다 됐네

 

어느 경우라도
어디로 되돌아가는 건 아냐
잘 모르지만
나아가는 것이라고

 

이제 떠나는데
도중에 인사할 길 없으니까
몇 자 남긴다

 

붙잡을 명분이 없는 이들은
떳떳하게 작별하지도 못해서
가는 게 잘된 양 바라보기만 하고

 

가긴 가는데
나아가는 길이라고 그랬지만
그리운 이 거기 있을까
반기기는 할까

 

이렇게 저렇게 마음 무겁기는 마찬가지

 

가는 데마다 슬픔 퍼트리는 건 아닌데
그건 그렇게 널려 있더라고
어디서나 현지조달이 가능한 품목

 

한 점의 궤적이 선을 뻗치는 걸까
무수한 점들이 어깨를 좁혀가며 촘촘히 들어서는 걸까

 

움직이는 이마다 다 길을 낸다면
길 아닌 데가 없이 되겠네
그러다간 집터가 남지 않겠다
그러면 길에서 자야 되는가

 

두 점간의 최단거리가 직선이라는데
직선 여행은 가능한 건가
육십 년대 청춘 멜로물처럼
순아~ 돌씨~ 하며 마주 달려올 수 없을까
같이 넘어지게

 

길의 끝에 집이 있는가
집을 나서면 길이 펼쳐지는가
처음엔 만들었겠고
(있던 걸 찾은 거겠지)
나중엔 다 알게 되었을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둘이서만 같이 있고 싶어한다면
(너도 그를 사랑한다면 말이지)
그저 그렇고 그런 (뭐 다 좋은 사람들이겠지만)
가깝고 먼 친구들과 시시덕거리면서
틈나면 그대와... 할 수는 없는 거잖아

 

빠삐용이 억울하다고 그랬다
인생을 낭비한 죄, 그거면 이미 용서받을 수 없는 게야
나비처럼 날아다닐 때 좋은 줄 알았니
너는 나와 같이 있지 않았기에 삶을 낭비한 거야
그런 너를 붙잡지 못했으니 나도 유죄라고

 

이제 어쩌지

 

발이 없어서 마음으로만 네게 가며
오늘 노래 불렀다

성전에서 참 많이 울었다

 

Kyrie eleison

 

Miserere nobis

 

Agnus Dei
(내 눈물 가져가요 슬픔 좀 날라줘요)

 

Dona nobis pacem

 

그리고
겟세마네로
 
 
(음, 나가야 될 시간

딱 10분만에 타자 치고...
사흘쯤 후에 서울 가서 지우든지 고치든지...)